한국 경제가 반세기 만에 최악인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FT는 “한국은행이 한국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0%로 내렸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5%에서 2.3% 하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1954년 이후 한국 경제 성장률이 2년 연속 2.5% 아래를 나타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이어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한국 성장률이 0.7%를 나타냈다가 이듬해 6.5%로 반등하는 복원력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번에는 10년 전과 달리 회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미다.
한국 경제의 침체 요인으로 FT는 중국의 경기침체,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컴퓨터·반도체 시장의 침체를 꼽았다.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차지하는 한국으로선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올 3분기 중국의 성장률이 1992년 이후 27년 최저치인 6.0%에 그친 여파가 한국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FT는 지난달 말 한은이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한 것에 대해 “한은이 앞서 두 차례 단행한 금리 인하의 효과를 보고 있다”며 “통화 정책을 추가로 바꾸기 전 미중 무역협상의 진행 과정을 지켜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저점을 찍고 미중 무역분쟁이 조만간 1단계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중의 첨예한 입장 차를 고려할 때 무역 분쟁이 다시 격화할 수 있다는 피치그룹의 분석도 덧붙였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한국 경제가 급반등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FT에 앞서 국내외 기관들도 한국 경제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 성장 전망치를 2.6%에서 2.0%로 내린 데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1%에서 2.0%로 내렸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해외 유명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올 성장률이 1.8~1.9%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불확실성, 반도체 가격 부진 여파로 수출과 투자가 쪼그라들고 민간 일자리가 늘지 않으면서 국내 소비심리도 약해지고 있다고 본 것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할 경우 단기적으로 재정과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 중국에 치우친 수출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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