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허리 40대가 추락한다]‘한창 일할 나이’서 퇴출 1순위로
40대 취업자 48개월 연속 감소… 외환-금융위기 때보다 기간 길어
한때 ‘사장님’이었던 이모 씨(46)는 마흔이 되던 2013년 ‘기사님’이 됐다. 얼굴 불콰한 취객들의 자동차 운전석이 6년째 그의 일터다. 직원 10명을 데리고 운영하던 마케팅 업체가 불황에 문을 닫은 뒤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업이 망한 뒤 먹고살기 위해 대리운전을 시작할 때만 해도 다른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재기할 만한 일자리는 수년째 감감무소식이다.
한국인 평균수명이 83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40대는 ‘한창 일할 나이’라는 게 사회 통념이다. 하지만 이 씨에게 이 시기는 ‘외로운 버티기’ 기간이다. 그는 “자영업과 직장에서 낙오한 사람이 속출하는데 딛고 올라갈 사다리가 무너진 세대”라고 40대를 묘사했다.
40대가 밀려나고 있다. 이 연령대의 취업자 수는 2015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4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40대 취업자 감소 기간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길다.
샐러리맨이 많은 제조업과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업 경기가 고꾸라진 게 40대 몰락의 시발점이다. 인건비 부담이 큰 40대가 퇴출 1순위가 된 반면 밀려난 40대가 양질의 일자리에 들어가는 것은 ‘흙수저’ 청년의 취업보다 힘들다.
직장 내에선 6·25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인 50대에 밀려 승진과 보상의 기회가 줄어든 데다 ‘노(NO)’라고 말하는 데 익숙한 20, 30대에게 밀리고 있다.
정보통신업에 종사하는 17년 차 직장인 박모 씨(45)는 “50, 60대 상사는 자신들이 40대 때 하지 않았던 일을 내게 시키며 당연하게 여기고 지금의 후배들은 내가 20, 30대 때 했던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자조했다. 아래위에서 치이며 조직에서 밀려나고 있는 셈이다.
본보는 지난달 18일부터 일주일 동안 일반 기업과 공무원, 국회 등 정치권의 40대 150명을 설문조사하고 자영업자와 직장인 1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설문에 참여한 40대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직장에서 자신들이 가장 많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보상은 중간 이하 수준(85.9%)이라고 답했다. 10명 중 4명꼴은 ‘낀 세대’로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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