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 동아네찻집 車 팀장의 브랜드 뽀개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준중형 세단을 중고로 사서 폐차할 때까지 탔습니다. 지난해엔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중형 SUV를 신차로 사서 타고 있습니다.
10만km를 넘게 운전했지만 필요에 따라 차를 몰았을 뿐, ‘드라이빙 감성’까지는 사실 잘 모릅니다. 가족과 함께 안전하고 편안하게 타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자동차 담당 기자로서 점점 더 궁금해지긴 합니다. 저 차는 왜 저렇게 비쌀까. 이번에 적용했다는 그 기능 정말 쓸만할까. 저 브랜드 차는 정말 좀 남다를까.
모든 차를 다 타보긴 힘듭니다. 하지만 각자 철학을 얘기하는 완성차 ‘브랜드’ 자체는 차례로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차알못’ 자동차 팀장의 브랜드 시승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차를 타온 ‘평범한 아빠’가 각 브랜드의 대표 차종을 통해 느껴본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 이야기입니다.
(먼저 뽀개본 다른 브랜드가 궁금하다면…)
▼브랜드 뽀개기 1편 - 볼보▼
http://www.donga.com/news/List/Series_70010900000001/article/all/20190919/97484185/1
▼브랜드 뽀개기 2편 - 지프▼
http://www.donga.com/news/List/Series_70010900000001/article/all/20191012/97842723/1
▼브랜드 뽀개기 3편 - 벤츠 AMG ▼
http://www.donga.com/news/List/Series_70010900000001/article/all/20191106/98238185/1
# 독일 아우토반 체험 세 줄 요약
주요 완성차의 브랜드 자체도 일종의 브랜드이지만 속도무제한으로 유명한 ‘아우토반’이나 레이서들의 성지 ‘뉘르부르크링’ 같은 일종의 인프라도 하나의 브랜드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올해 가을 독일에서 사흘에 걸쳐 경험해 본 ‘아우토반’은 노면의 느낌은 물론 운전 문화까지 모두 “아우토반, 아우토반 할 만하다”로 요약된다.
다만, 생각보다 차선은 많지 않고 속도 무제한 구간도 제한적이라는 점 등은 기대와 달랐던 점이다.
# 고속이 고속 같지 않은 도로
지난 9월에 사흘에 걸쳐서 프랑크푸르트에서 쾰른을 오가며 경험해 본 독일 아우토반에서는 ‘역시’라는 말이 나왔다.
거의 직선 주로였고 노면의 질감도 매끄러웠다.
국내에서 고속도로를 달릴 때 아주 미세한 요철이 계속 이어지는 듯한 느낌에 비교하면 말 그대로 반듯하고 매끄러운 느낌이다.
여기에 운전자들의 전반적인 고속주행이 곁들여지면서 실제 속도에 비해서 시속 20~30㎞는 낮게 달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남들 달리는 만큼 덩달아 달리면서 시속 120㎞ 정도라고 생각하고 속도계를 보면 실제로는 140~150㎞ 정도였다는 얘기다.
다만, 차선의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고속주행을 위한 도로이지만 도로 폭을 무작정 넓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왕복 4차선인 경우가 많았고 왕복 5차선, 6차선 정도를 볼 수 있었다.
# ‘속도무제한’의 힘과 매력
‘평균 주행 속도 향상’을 가능하게 하는 아우토반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속도무제한’이겠다.
자동차 기술은 발전하는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시속 100~110㎞가 최고 속도다.
경주용 서킷에 가지 않으면 합법적으로는 6기통 8기통은커녕 일반적인 4기통 차량의 성능도 제대로 활용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걸 시속 150㎞나 160㎞로 푸는 것도 아니고 ‘무제한’으로 푸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해준다.
다른 차들이 열심히 달리니 내 차의 속도도 같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도로만 뚫려 있으면 최대한 빨리 달려도 된다, 는 원칙이 있으니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발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주행 성능을 강조하는 ‘고성능차’라고 할 수는 없는 독일 브랜드 소형,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시속 200㎞ 이상을 무난하게 달렸다.
다만, 머나먼 타국에서 낯선 차로 고속 주행을 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피로감을 주긴 했다.
# 곳곳에서 ‘무제한’을 해제… 불시에 속도 단속
아우토반은 2륜차도 진입할 수 있는(차보다 더 빨리 달린다…) 무료 도로(!!)이고 속도무제한이 일종의 상징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많은 구간에서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고속도로가 도시지역을 통과할 때, 도로 공사로 도로 폭이 좁아질 때 등에는 120㎞는 물론 80㎞ 수준으로 제한하기도 한다.
속도 제한 여부는 표지판으로 알려주고 차량 내장형 네비게이션에도 무제한구간인지 그렇지 않으면 어느 속도까지 달려도 되는지 표시가 떠 있다.
그리고 한국과 다른 점은 이런 제한 속도에 따른 과속 단속을 요란하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에서 출시되는 차 가운데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 중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모드에서 속도 단속 카메라가 등장하면 알아서 속도를 떨어뜨렸다가 높이는 기술까지 있는 상황.
하지만 독일에서는 속도 단속 카메라가 앞에 있는지 여부조차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는다. 국내와 완전히 반대인 셈이다.
직접 들어보진 않았지만 독일 당국의 원칙은 이렇게 되겠다.
“무제한 구간에서는 마음대로 달려도 되는데 제한 구간에서는 아무소리 말고 규정 속도 제대로 지켜라.”
과속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비싼 과태료를 매기는 ‘깜짝 등장’ 속도 단속 카메라는 물론 암행순찰차도 있다고 하니 독일 아우토반에서는 규정을 잘 보면서 밟을 필요가 있겠다.
# 시속 300㎞로 달려도 차가 없으면 오른쪽으로
첫 아우토반 체험을 앞두고 장기간 유럽에서 생활했던 지인에게 들은 조언은 “생각보다 1차로 들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였다.
이유는 이렇다.
아우토반에서는 내가 아무리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어도 오른쪽에 차선이 비어 있으면 오른쪽 차선으로 달려야 한다.
왼쪽은 추월 차선이니 추월할 차가 없으면 시속 180㎞ 아니라 250㎞, 300㎞로 달려도 1차로를 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워낙 고속으로 달리기 때문에 1차로까지 진출하려면 웬만한 속도로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실제로도 1차선까지 들어가서 앞차를 추월할 상황은 그리 많지 않았다.
속도무제한과 차량의 성능을 최대한 경험해보기 위해 여건이 허락하면 시속 200㎞ 이상로 달리느라 1차로를 파고들었을 뿐 대부분 2, 3차로 주행으로 충분했다.
#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충분한 ‘양보’
독일에 가기 전에 들었던 조언 중에는 “독일도 최근에는 예전에 듣던 것에 비하면 잘 양보를 안 해주더라”는 말도 있었다.
실제로 추월을 위해 1차로로 파고들었을 때 1차로까지 들어와 있다가 아직 2차로로 빠지지 않은 차가 바로바로 양보해주는 것만은 아니었다.
바로 빠지는 경우도 많았지만 좀 더 앞으로 치고 나가려고 하거나 시간을 두고 2차선으로 빠지는 차도 있었다.
하지만 1차로를 달리면서는 뒤에 차가 붙나 안 붙나, 를 매우 신경 쓰는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따라 붙으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그 증거다.
국내의 상황은 이런 아우토반과는 좀 많이 다르다. 1차로가 추월선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 아닌가 싶은 운전자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국내의 ‘1차로 정속주행 비판’은 분명 모순도 있다.
그 정속 주행이 110㎞만 되도 면죄부를 요구할 수 있는 논리가 있다.
어차피 이보다 더 빨리 달리면 불법 아니냐는 것이다.
참 어려운 부분이다. 차량 흐름에 맞춰 적절하게 추월을 하자는 것이긴 한데 어차피 1차선로로 가건 2차로로 가건 100~110㎞를 넘어서면 불법이다.
독일과는 기본적인 전제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는 여건인 것이다.
이런 점은 좀 놔두고…
‘아우토반’이라는 훌륭한 도로의 존재 외에 독일과 한국의 차이점은 또 뭐가 있을까.
깊숙하게 알아보지 못했지만 ‘운전’에 대한 접근 자체가 다르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한 독일 주민은 독일에서는 성인이 되면 운전면허를 따는 것이 중요한 하나의 절차이고 최소한 3개월 이상은 걸린다고 얘기했다.
한국처럼 쉽게 면허를 따고 도로로 나설 수 있는 제도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면서 자칫 잘못하면 나도, 남도 다치거나 죽게 할 수도 있는 물건이다.
긴 시간을 들여서 운전자가 지켜야 할 룰을 제대로 익혀야만 면허를 따고 도로에 나설 수 있는 문화에서도 분명히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을 듯 하다.
온라인 상의 정보를 좀 살펴보니 독일에서 운전 면허를 따려면 최소 3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매우 엄격한 필기시험 △아우토반 주행을 포함한 충분한 운전연수를 거쳐야 실기 시험을 치를 수 있다고 한다.
속도와 추월 문화에 대한 짧은 얘기로 상편을 마무리하고 다음 편에서 합류차를 위해 우측 차선을 비우는 문화 등에 대해 더 얘기해 보겠다.
프랑크푸르트=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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