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국토교통부가 스타트업과 택시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의 관심을 빌미로 타다를 필두로 한 유사 스타트업의 실익챙기기 ‘을질’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와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채규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12일 오후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플랫폼 스타트업들과의 간담회에서 “플랫폼 사업 제도화 법안은 특정업체에 사업을 금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플랫폼 사업을 제도적 품 내로 수용해 사회적 갈등과 제도적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또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개정안을 통해 초기 스타트업에 기여금 등을 대폭 감면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기여금 제도란 스타트업 사업이 기존사업을 잠식하거나 영향을 미칠 경우 부담하는 기존산업 지원을 위한 사회적 책임비용을 말한다. 당초 유럽 전역에서 ‘우버’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각국 정부가 이를 방관하다 이후 택시업계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고려됐다. 이후 고용과 복지에 책임과 부담을 지지 않는 사실상의 제도권 밖 ‘택시기업’으로 전락하고 직원인 택시기사를 비자발적인 ‘자영업자’로 탈바꿈시키면서 적극적으로 부담지우기 시작했다.
우버가 실질적인 고용주임을 인정하라는 기사들의 소송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일부 국가에선 우버허가를 반려하거나 요금의 일부를 택시사업 기여금으로 의무화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사회적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실익을 챙기는 만큼 책임도 져야 한다는 논리다.
사실상 택시면허 없는 택시운영을 요구하고 있는 타다를 비롯해 유사 플랫폼 사업의 구조도 우버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국토부는 앞서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허용을 두고 택시업계와의 협상과정을 거치면서 택시업을 플랫폼 사업과 결합해 두 산업을 함께 성장 발전시키는 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과 그에 따른 시행령은 이 같은 상생발전의 내용은 물론 기여금의 명확한 기준안 등을 담게 된다.
그간 플랫폼 스타트업계는 정부에 시행령을 신속히 확정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해달라고 요구했다. 스타트업에겐 투자가 생명인 만큼 시행령이 확정돼 사업계획을 뚜렷하게 확정할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다의 경우 자체 운행차량을 운영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택시법인을 활용한 모델은 자신의 사업에 불리한 상황이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타다가 플랫폼 스타트업계 중 거의 유일하게 시행령과 법안을 반대하며 스타트업 사업 전체의 고사 전제로한 ‘SNS 설전’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결국 자사의 이익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12일 간담회에서 타다를 제외한 플랫폼 스타트업체들은 본협의에서 모두 시행령의 신속한 진행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다의 입장과는 결이 다른 모양새다.
◇ 책임엔 정색·실익엔 반색…스타트업 ‘점입가경’
문제는 언론에서 주목한 모두발언에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 포럼 대표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다”며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스타트업을 비난하지 말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달라”고 지적했다. 회의 이후 일부업계 대표들은 마치 국토부가 고압적인 자세로 나왔다는 이야기도 흘렸다.
이에 대해 정부 안팎에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어렵게 마련한 상생법안의 틀을 깨지 않기 위해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타다가 포함돼 있고 또 지분투자를 한 스타트업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코리아스타트업 포럼 쪽에선 타다의 입장도 대변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래도 기여금을 줄여준다는 방안을 가져왔는데 최 대표도 나름대로 준비를 해왔겠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의 입장을 대표하는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에서 잘하면 당연하고 못 하면 지적받는 택시와 스타트업의 꼬인 매듭을 잘 풀어왔다고 본다”며 “여론도 스타트업의 미래를 언급하는 곳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곳인지 아니면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사기업인지를 곰곰이 판단하고 그 배경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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