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세 9억 원 이상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평균 7∼10%대로 올리겠다고 17일 밝혔지만 시세 9억 원 이하 단독주택 중에도 공시가격이 20% 가까이 오른 주택이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하나만 보유한 사람들도 내년에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은 18일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2020년도 표준주택 예정 공시가격을 공개했다. 표준단독주택은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산정에 기준이 되는 주택으로 총 22만 채 규모다.
국토부는 내년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을 시세 9억 원 이상 주택을 중심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내년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시세(한국감정원 기준) 12억 원 초과∼15억 원 이하가 10.1%로 가장 높고 9억 원 초과∼12억 원 이하 7.9%, 15억 원 초과∼30억 원대가 7.5% 순이었다.
하지만 본보가 이날 단독주택이 많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의 표준단독주택 20채의 공시가격을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시세 9억 원 이하 주택의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성수동2가의 공시가격 3억2700만 원짜리 단독주택은 내년 공시가격이 3억8400만 원으로 17.4% 상승했다. 공시가격 3억6500만 원짜리 단독주택은 4억1500만 원으로 13.7% 상승했다.
정부의 주요 타깃이 된 시세 9억 원 이상(공시가 기준 약 4억5000만 원 이상) 단독주택의 공시가격도 크게 올랐다. 성수동2가의 연면적 133.28m² 단독주택 공시가는 4억7700만 원에서 내년에 5억7500만 원으로 20% 뛰었다. 공시가격이 5억6300만 원이었던 한 주상용건물은 7억4800만 원으로 32.8%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성수동2가의 연면적 432.24m²의 다가구주택은 15억1000만 원인 공시가가 내년 15억1400만 원으로 0.2%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 외 지역의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은 광주 5.9%, 대구 5.8%, 세종 4.7%, 대전 4.2% 등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최근 시세가 급등하면서 공시가격도 함께 오른 것으로 보인다. 대전 서구 탄방로의 한 단독주택은 올해 3억7500만 원에서 내년 4억2400만 원으로 13.1% 공시가격이 오른다. 올해 시세가 하락세를 보인 경남(―0.4%) 울산(―0.2%) 등은 평균 공시가격이 하락했다.
공시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름에 따라 1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본보가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우병탁 세무사에게 의뢰해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변화를 분석한 결과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한 다가구주택은 내년 공시가격이 9억4800만 원으로 지난해(8억7700만 원)보다 8.1% 올랐다. 공시가격은 한 자릿수로 올랐지만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되면서 총보유세는 250만6440원에서 내년에 296만4096원으로 20% 이상 증가한다.
올해 이미 공시가격이 많이 오른 초고가 주택은 내년 공시가격의 오름 폭이 작더라도 보유세 부담은 내년에도 상한선(재산세는 최대 130%, 종부세는 1주택자의 경우 150%)까지 늘어날 공산이 크다. 지난해에 세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세액 상한선도 높아진 상황에서 12·16대책에서 종부세율까지 인상해 크게 늘어난 세액이 높아진 상한선에 맞춰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이 30억9300만 원인 마포구 연남동의 한 단독주택 보유세는 올해(972만 원)보다 50% 늘어난 1462만 원에 이른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가 시세 9억 원 이상 주택을 타깃으로 한다고 밝혔지만 기본적인 입장은 공시가격을 올려서 전반적인 세 부담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시세 9억 원 이하 주택도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 부담 증가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소유주의 의견을 청취한 뒤 내년 1월 23일 결정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내년 4월 29일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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