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집값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택시장은 심리가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대책 영향이 처음 반영되는 다음 주 집값 통계에 따라 향후 시장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초고가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금지·보유세 강화 등을 담은 ‘12·16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주춤해지면서 관망세가 형성되고 있다. 아직 눈에 띄는 급매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 단지에선 호가를 조금씩 낮춘 매물이 발견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직전인 지난주까지만 해도 매수 문의가 활발했는데 예상외로 센 대책이 나오면서 문의가 끊겼다”며 “고가 주택은 돈줄이 막히면서 매수를 포기하는 사례가 생기는 등 일주일 새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근 송파구에서는 최근까지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상승세를 주도하던 잠실동 엘스아파트에서 대책 이후 2000만~3000만원 가량 호가를 낮춘 매물이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매수 문의는 없는 상태다. 역시 지난주까지 호가가 거침없이 올랐던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도 상승세는 주춤해진 모습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집값 추이가 수치로 드러나는 집값 통계에 쏠리고 있다.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감정원은 매주 월요일까지 집계된 1주일간의 실거래 자료와 중개업소 모니터링 현황을 이틀간 분석·재확인 등의 작업을 거친 뒤 목요일 주간 아파트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민간 조사기간인 부동산114는 매주 수요일 기준으로 주간 지역별 아파트 거래 현황을 협력 중개업소를 통해 수집한 뒤 분석해 금요일 공개한다.
두 기관 통계 발표는 각각 19일과 20일에 예정돼 있지만, 이번 주 통계는 ‘12·16 부동산 대책’(16일) 이전에 집계된 것들이어서 다음 주(26·27일)부터 온전한 대책 영향이 통계에 반영된다.
감정원 관계자는 “이번 주 통계는 월요일(16일) 오전에 취합이 마무리돼, 그날 오후에 발표된 대책의 영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대책 직전까지 서울 아파트 시장 과열이 심했기 때문에 이번 주까진 전주와 비슷한 상승 폭이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주 감정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0.17% 올랐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대책이 발표된 뒤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해본 결과 관망세가 형성되면서 일부 소폭 호가를 낮춘 단지들이 보인다”며 “다음 주부터는 통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관계자도 “이번 주 통계는 18일 현황까지 취합하지만, 지난주 거래도 포함이 되기 때문에 대책 영향을 온전히 보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음 주 통계를 봐야 대책 영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서울 아파트값 상승의 원인이던 ‘갭메우기’(단지 간 시세를 좁혀가며 추격매수를 이어가는 것)의 불씨인 고가 아파트 거래가 막힌 만큼 집값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강남 초고가 단지가 신고가를 기록하면 인근 주변 단지가 ‘가격 키 맞추기’식으로 추격매수를 하고, 강북도 이에 질세라 따라 매수를 하는 ‘갭메우기’가 반복되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이에 정부는 시세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의 주담대를 막고 보유세를 높이는 고강도 규제를 내놓았다. 거듭되는 갭메우기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인 영향이 커서 대세 분위기 전환에 따라 변곡점을 맞이하기도 한다”며 “다음 주 통계부터 대책의 영향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급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들이 서서히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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