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출 규제를 옥죄는 동시에 주택 구입 자금의 출처 조사까지 강화하면서 신용대출 금액을 주택 구입에 쓰던 관행도 실행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신용대출 금액을 주택 구입 자금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30대 신혼부부 등을 중심으로 “집을 살 생각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시중은행 영업지점 등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 각 지점은 신용대출 용도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가 12·16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3억 원 초과)과 비규제지역(6억 원 초과)의 주택을 거래할 때도 자금조달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조건을 강화한 탓이다. 자금조달계획서 항목도 구체적으로 바뀌어서 대출을 받았다면 주택담보대출인지 신용대출인지까지 구분해야 한다.
과거에도 신용대출을 받아 주택구입 자금으로 활용할 때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적용비율(LTV)을 초과해선 안 된다는 규정이 존재하긴 했다. ‘여신업무지침 제177조’와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별표 18’에 따르면 은행이 주담대의 LTV 적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신용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동 신용대출금액을 주택담보대출금액에 합산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모든 주택 거래 시 자금 출처를 조사하기 어려운 탓에 현장에서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처럼 여겨져 왔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들에게 신용대출이 주택구입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확인절차를 강화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는 등 부동산 규제 강도를 높이던 올해 하반기부터 신용대출 용도 확인 절차가 강화되다 12·16 대책으로 절정에 달했다”며 “수요자가 신용대출을 하며 생활자금 용도라고 설명하면 막을 방법은 없겠지만 은행의 책임 요소를 줄이기 위해 주택 구입에 사용하면 안 된다는 설명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금액에 신용대출을 추가로 일으켜 주택 구입에 사용하는 행태를 철처하게 막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자금조달계획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신용대출 금액이 LTV 비율을 초과해 주택 구입에 쓰인 것이 적발될 경우 초과분은 다시 은행에 반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모아둔 현금이 턱 없이 부족한 30대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자금 출처 조사를 피하기 위해 주택 구입 반 년 전에 미리 신용대출을 받아 둬라”는 조언까지 나오고 있다. 내년 6월 결혼을 앞둔 김모 씨(30)는 “신용대출을 주택 구입 자금으로 쓰지 못한다면 현금을 더 모으라는 말인데, 그 동안 집 가격이 뛰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우리 같은 젊은 세대들은 월세나 전세만 알아보라는 것이 정부 의도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23일부터는 대출목적에 상관없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 원 초과 주택의 신규 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강화됐다. 주택구입이 아닌 생활안정자금이 대출목적일지라도 차주별로 DSR가 40%를 넘을 수 없기 때문에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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