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주가는 이틀 연속 요동쳤다. 전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한진칼 주가가 20% 상승한 데 이어 24일에는 장중 9% 넘게 오르다 전날보다 약 7% 하락한 4만2900원에 마감했다.
한진그룹 주가가 급등락하는 것은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삼남매 중 막내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삼남매의 한진칼 지분은 6.50% 안팎으로 비슷하다. 이 고문은 5.31%를 갖고 있다.
조 회장 측은 조 전무의 경영 복귀 과정을 예로 들며 “어머니와 조 전무는 조 회장 편에 서 있다”고 주장한다. 조 회장이 어머니와의 합의하에 조 전무를 6월에 한진칼로 복귀시켰고, 이 때문에 조 전무는 사실상 오빠 편에 섰다는 것이다. 조 회장 측은 “조 전 부사장이 조만간 경영권 분쟁을 공식화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면서 “조 전무를 경영에 복귀시킨 건 조 전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에 미리 대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고문도 조 회장 중심의 그룹 운영에는 어느 정도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조 회장을 돕는 법무법인 화우가 이 고문과 조 전무의 법률 조언도 맡아 이들이 사실상 같은 배를 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고문은 조 회장이 총수로 지정된 과정 및 그룹 인사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매간 갈등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고문이 상황에 따라 조 전 부사장 편에 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조 전 부사장 측은 “이번 문제 제기는 어머니와는 관련 없는 독립적인 행동”이라고 밝혔다.
만약 조 전무와 이 고문이 조 회장 편에 서면 조 전 부사장의 입지는 좁아진다. ‘다른 주주들과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가족의 지지 없이 사모펀드인 KCGI(강성부 펀드) 등과 연대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변호사는 “조 전 부사장이 내년 주총에서 다른 주주들과 연대해 표 대결까지 갔다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그룹 내 입지가 줄면서 향후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 있다”며 “결국 남매가 그룹 계열분리를 통해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진칼 주식 17.29%를 보유한 KCGI는 확실한 ‘꽃놀이패’를 쥔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한 데다 가족 간의 분쟁이 격화될수록 KCGI의 몸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KCGI도 선뜻 한쪽 편을 들긴 어려운 상황이다. 한진 총수 일가가 경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줄곧 주장하다 이제 와 특정 인물과 손잡을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진칼 지분을 6.28%까지 늘린 대호개발(반도건설 계열)도 변수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고 조양호 회장과 친분이 있던 사이다. 대호개발은 “투자 목적의 지분 확보”라는 입장이지만 재계에서는 “고 조 회장이 KCGI로부터 공격받았을 때 반도건설에 도움을 요청했던 걸로 안다”면서도 “반도 지분이 남매 중 어느 쪽 지분인지 아직까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 사무직으로 구성된 일반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조현아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 노동자들을 불안하게 만들며 경영 복귀 야욕을 드러내지 말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반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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