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막히자 지방으로…부산 ‘해수동’에 원정투자 몰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5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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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의 고층 아파트. 동아일보 DB
부산 해운대의 고층 아파트. 동아일보 DB
지난달 부산 해운대구, 수영구, 동래구 등 일명 ‘해수동’에서 거래된 주택 5채 중 1채(20.4%)를 외지인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13.3%였던 외지인의 주택 매입 비율이 1개월 만에 1.5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정부 출범 이후 고강도 규제가 잇따르면서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 구입이 어려줘진 가운데 지난달 초 부산 해수동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이곳으로 원정투자가 몰린 것이다.

한국감정원이 이달 20일 공개한 지난달 ‘주택매매 거래 현황’에 따르면 부산 해수동의 외지인의 주택 구입 비율이 조정대상지역 해제 직전인 10월보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6일 조정대상지역 해제로 부산 해수동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가능 금액이 늘고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제 중과 등 각종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는데, 그 여파가 이번 통계에 처음 반영됐다.

지난달 부산 해운대구 전체 주택 매매 건수는 1132건으로, 10월(554건)의 2배가 넘었다. 외지인이 사들인 주택은 198건으로 10월(66건)의 3배로 늘었다. 이 중 서울 거주자가 매입한 건수는 7건에서 29건으로 무려 4배로 뛰었다. 외지인의 주택 매입 건수가 더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전체 주택에서 외지인이 사들인 비율은 10월 11.9%에서 지난달 17.5%로 늘었다. 수영구와 동래구의 외지인 매입 비율도 10월 대비 각각 1.4배와 1.9배로 늘었다. 부산 주민들의 실수요뿐만 아니라 외지인들의 투자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매매량이 늘고 집값도 뛰었다. 지난달 부산 집값은 2017년 11월 이후 2년 만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실제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면적 111㎡은 지난달 26일 9억6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10월 비슷한 층수의 아파트들이 7억 원대 중반에 팔린 것에 비하면 1개월여 만에 2억원 가량 오른 것이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해운대구의 ‘엘시티 더샵’은 물론 주변 아파트의 가격까지 덩달아 오르면서 역세권을 본따 ‘엘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0월부터 매수 문의가 늘면서 가격이 꿈틀대더니 규제 해제 이후 상승폭이 커졌다. 인기 단지에서는 하루 사이 호가가 1억 원 이상 뛰기도 했다”며 “유명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서울 등 외지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부산을 찾는다’는 말이 돌자 집주인들이 물건을 거둬들여 매물이 마른 적 있다”고 말했다.

장기간 침체됐던 울산과 경남 창원 일부 지역에서도 외지인의 주택 매입 건수가 늘었다. 지난달 울산 남구에서 외지인의 주택 매입 비율은 36.3%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창원 성산구의 외지인 매입 비율은 26.3%로 10월(22.9%) 대비 상승했다. 부산처럼 규제가 풀린 건 아니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일부 인기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유동 자금이 많이 풀렸는데 ‘12·16대책’으로 수도권 투자가 더욱 어려워지다보니 장기 전망이 좋은 특정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더 몰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규제로 시장을 쪼일수록 이런 풍선효과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투자 수요에 힘입어 침체됐던 지방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지는 지역마다 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기본적으로 지방 경기가 살아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투자 수요에 따른 지방 집값 상승은 일시적으로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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