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주총 통해 이사 해임 상시 가능해져...원안보다 더 기울어져"
"경제계 우려 표명한지 4주도 안돼...당초 원안 문구만 각색에 그쳐"
국민연금 최대주주인 기업 19개사, 2대주주는 무려 150곳에 달해
"자본시장법·상법 시행령 통과 시 경영 개입 가능성 더 높아질 것"
재계는 2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지침) 수정안에 대해, 민간기업에 대한 경영간섭과 규제범위를 확대할 위험이 있다며 ‘기업 길들이기’ 방편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위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날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의’ 목표에 대해 ‘불필요한 경영간섭’이 아니라 ‘장기수익 및 주주가치 제고’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없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기업 의견을 묵살한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강행’이라고 비판했다.
전경련은 “기금조성의 핵심 주체인 기업 의견을 묵살하는 가이드라인 내용도 문제이나, 기금운용위원회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강행 절차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어 전경련은 “경제 5단체가 공통으로 경제계의 우려를 표명한지 불과 4주도 안된 시점에서 당초 원안을 문구상 각색하는데 그쳤고, 이로써 국민연금이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정관 변경이나 이사 선·해임 등을 주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실물경제가 부진한 상황인데다 국가적 시급성이 없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연말에 즈음해 복지부가 실질적 내용 개선 없이 무리하게 가이드라인 도입 의결을 강행한 점에 대하여 극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경총은 “복지부는 가이드라인의 목적이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과 주주가치 제고에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주주가치는 시장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며, 국민연금이 주도적으로 기업 경영에 개입한다고 하여 의도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특정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개입 사실은 그 자체로 시장에 부정적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크며, 기업 경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개연성이 높다고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적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자체 주 수입 원천인 기업을 압박하는 데 앞장서게 된 점에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고 개탄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계와 노동시민단체 쪽 양측의 의견을 조율한 것처럼 얘기하지만, 오히려 원안보다 더 기울어진 안”이라며 “가이드라인 수정안은 시민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 단계별 추진 기간’을 현행 1년보다 더 단축시킬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있기에 임시 주총을 통해 이사 해임 등을 상시 추진할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에선 이번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발표가 국민연금을 통한 ‘기업 길들이기’의 시작으로 보고있다.
최근 정부의 자본시장법·상법 시행령 개정까지 이루어질 경우, 공적연금을 통한 기업 지배가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시장은 구조적으로 국민연금의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하다. 한경연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8년말 기준으로 19개 국내 상장사의 최대주주이고, 2대주주 150개사, 3대주주 59개사, 4대주주 24개사, 5대주주 14개사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연금이 최대주주가 되는 부담을 피해 2대 주주로 있는 경우가 많았다.
또 자본시장법에서 경영권 개입이 가능한 주식보유 비중을 5%로 보는데,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2018년 12월31일 및 2017년 12월31일 공시 기준)은 투자대상 716개사의 38.1%인 273개사에 달한다. 이중 보유지분이 10%를 넘는 기업도 80개사이다. 투자대상 10개사 중 3∼4곳은 국민연금이 보유지분으로 경영권 개입을 시도할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기금조성 목적이 국민의 노후 보장에 있는 만큼, 기금의 수익률 제고가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면서 ”기업에 대한 지나친 경영 간섭은 관치 논란만 불러오고 국민의 노후를 불안하게 하는 만큼, 국민연금 설립 목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모든 기업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지배구조란 있을 수 없음에도, 시행령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가 설정한 ‘이상적인’ 지배구조를 기업에 강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우려가 크다“며 ”시급한 것은 외국과 달리 포이즌 필,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 적대적 M&A 방어책이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와 경영권을 보호하고, 악용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식대량보유공시제도의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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