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불법 행위로 기업가치를 훼손했다고 판단한 기업들에 대해 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이사 해임이나 정관 변경 등을 건의하기로 했다. 경영계는 국민연금이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했다.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27일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일반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는 범위와 절차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가이드라인에는 횡령이나 배임, 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했는데도 개선 의지가 없는 투자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이사 해임이나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업이 법률을 위반했을 때 대개는 3심까지 확정돼야 법적 조치를 취하게 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재판 확정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재판이 어느 단계든 불법 우려가 있을 때는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영계의 우려를 일부 반영해 국민연금이 필요에 따라 이사해임 등의 주주 제안을 철회할 수 있는 단서 조항을 넣기로 했다. 박 장관은 “대상 기업들이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로 산업계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으면 주주 제안을 하지 않거나 철회할 수 있다”고 했다.
기금위는 박 장관과 정부 인사 5명, 사용자 단체와 가입자 단체의 추천 인사 등 총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회의에서 사용자 단체 측 위원 3명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로 경영간섭 우려가 크다”고 반발하며 회의에 불참했다.
이날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7월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의 후속 조치다. 지난달 공청회 이후 열린 기금위에서는 위원 간 의견 차이로 의결이 보류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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