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 연말 인사키워드 ‘WINDY’로 정리
80년대생 등 여성임원 대거 발탁… 다른 업종간 융합형 인재 ‘눈길’
승진 줄이고 임원수 감축에도 혁신위한 ‘젊은 피’ 수혈은 과감
삼성을 제외한 국내 주요 기업의 2020년도 정기 임원 인사가 마무리됐다. 올해 인사의 키워드는 단연 ‘세대교체’였다. LG, 한화 등 주요 그룹의 3, 4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신사업 및 조직문화 혁신에 힘이 실렸고, 이에 맞춰 젊은 최고경영자(CEO)도 대거 등장했다. 여성 및 융합형 임원의 등장도 두드러졌다.
30일 기업정보 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는 2020년을 맞는 주요 대기업 임원 인사의 특징을 ‘윈디(WINDY)’라는 키워드로 정리했다. △여성 임원 강세(Woman) △융합형 임원 선호(Intercross) △인사 폭 최소화(Narrow) △임원 수 감축(Decrease) △젊은 임원으로의 세대교체(Young)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종합하면 세대교체의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는 의미다.
올해 국내 100대 기업 중 1980년대생 임원 수는 남녀 통틀어 0.4%에 불과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LG그룹은 30대 여성 임원 3명을 탄생시켰다. 2007년 입사해 12년 만에 임원이 된 심미진 LG생활건강 신임 상무(34)는 비(非)오너가 출신 최연소 임원 기록을 세웠다. 임이란 LG생활건강 상무(38), 김수연 LG전자 상무(39)를 비롯해 LG그룹에서 여성 임원은 총 37명으로 늘어났다. 이번 인사에서 신임 임원이 된 106명 중 20%(21명)가 45세 이하로 젊어졌다. 포스코와 현대자동차그룹, 롯데 등도 여성 임원을 대거 발탁하며 조직의 변화를 꾀했다.
융합형 인재가 주요 보직에 오른 것도 눈에 띄는 흐름이다. 강희석 이마트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이다. 이마트는 올 10월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출신인 강 사장을 선임하는 ‘깜짝 인사’를 발표했다. CXO연구소는 “강 사장의 선임은 유통이라고 해서 유통만 전문으로 한 사람이 CEO를 해야 한다는 전통 관념을 깬 융합형 인사”라고 평가하며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속히 변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올해는 재계 전반적으로 승진 인사의 폭이 좁았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SK그룹의 인사가 대표적이다. 올해 SK그룹 신규 임원은 108명, 지난해 112명과 비교해 다소 줄었다. 포스코도 올해 승진 임원은 16명으로 지난해(34명)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롯데도 지난해 284명에서 올해 170명으로 승진자가 대폭 줄었다.
전체 임원 수가 적어지는 흐름도 뚜렷했다.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이 그룹 수장에 오른 뒤 처음 단행한 인사에서 임원 조직 체계를 기존 6단계에서 4단계로 줄였다. 이에 따라 그룹 임원 수도 약 20% 감소했다. 올해 사업적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던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쌍용차, 두산중공업 등도 임원 수가 줄었다.
하지만 주요 기업들은 임원 수를 줄여도 혁신을 위한 ‘젊은 피’ 수혈에는 과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과거와 달리 1960년대생 임원들을 핵심 경영진에 전진 배치했다. 신규 선임된 류성택 현대HCN 대표는 1968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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