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주문했던 ‘기업 내부 준법 감시제도’ 등 숙제가 준법 감시 체계 구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들은 이미 그룹 차원의 준법경영 체제 강화를 위해 지난달부터 머리를 맞댄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계열사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컴플라이언스팀을 운영하며 준법경영 기조 강화에 나서왔지만, 컴플라이언스팀이 법무팀 소속인 만큼 완벽한 독립성을 갖추기 위해 별도의 준법감시위를 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삼성 그룹사를 총괄하는 강력한 준법경영 체제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에는 진보 성향 법조인으로 평가 받는 김지형(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전 대법관을 내정했다.
김 전 대법관은 전북 부안 출신으로 전주고, 원광대 법학과를 졸업했다.김 전 대법관은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의 조정위원장을 맡아 중재안을 만든 인물이다.
이홍훈·전수안·김영란·박시환 전 대법관과 함께 ‘독수리 5형제’로 불렸던 김 전 대법관은 진보 성향의 판결을 다수 내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8년에는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심사위원회 민간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삼성 관계자는 “김 전 대법관이 내정돼 관련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준비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준법감시위의 위원으로 활동할 삼성 내부 인사 및 외부 인사 선정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 등의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주문한 ‘숙제’와 관련해 실효적 준법감시제도에 대한 답을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내부 법률전문가만 두는 게 아니라, 준법감시위원회를 마련하고 진정성과 실효성을 갖춘 내부 감시 체제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드러냈단 평가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해 10월30일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 및 뇌물 범죄이고 실질적으로 효과적인 기업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그룹 내부에서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되고 있었다면 이 법정에 앉아있는 피고인들뿐 아니라 이 사건에서의 박 전 대통령, 최씨도 이 사건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한 “국내외 각종 도전이 엄중한 시기에 총수가 재벌체제 폐해를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총수로서 어떤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본 심리에 임해주길 바란다”고도 당부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6일 열린 3회 공판기일에서는 “향후 정치 권력자로부터 내부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삼성그룹 차원에서 다음 기일 전에 재판부에 답변을 제시해달라”고 했다.
당시 특검은 “이 부회장의 양형을 보면 다른 사건에 비해 특권을 누리고 있다”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적정 형량은 징역 10년8개월에서 16년5개월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가 적극적 뇌물공여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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