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의 신년사 ‘패싱’…강당 시무식은 옛말

  • 뉴스1
  • 입력 2020년 1월 3일 13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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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0년 SK 그룹 신년회에서 구성원 대표들이 행복을 주제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2020.1.2/뉴스1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0년 SK 그룹 신년회에서 구성원 대표들이 행복을 주제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2020.1.2/뉴스1
기업들의 시무식이 달라졌다. 올해 기업들 시무식은 강당에 모여 총수나 대표이사가 신년사를 읽어 내려가던 과거 형식에서 탈피, 구성원 간 대담이나 동영상 메시지 전달로 대체하는 등 파격적인 형태가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전날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시민과 고객, 신입사원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회를 열었다. 이날 신년회는 최태원 회장의 별도 신년사 없이 다양한 이해관계자 인터뷰, 특별 초청한 이해관계자 대표들의 현장 발언, 신입사원을 포함한 구성원들간 대담 등으로 꾸며졌다.

SK는 지난해에도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다섯 명이 좌담 형식으로 토론회를 한 것으로 시무식을 대체한 바 있다. SK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별도의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다.

SK 관계자는 “이처럼 파격적인 방식의 신년회를 도입한 것은 SK가 지향하는 행복과 딥 체인지를 고객·사회와 함께 만들고 이루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는 기존에 임직원 수백 명이 강당 등 한자리에 모여 진행하던 시무식을 올해부터 모바일과 PC 등 디지털을 이용해 신년 영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전날 디지털 영상 ‘LG 2020 새해 편지’를 통해 신년사를 임직원들에게 전달했다.

LG는 신년사 형태도 ‘고객 가치 실천’을 주제로 한 질문에 구 회장이 답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했다. 구 대표의 영상 메시지는 글로벌 임직원들을 위해 영어 자막과 중국어 자막을 각각 넣은 영상 버전도 전송됐다.

LG 관계자는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글로벌 LG 전체 구성원과 더 가깝게 소통하기 위한 것으로, 평소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적인 구 대표의 경영방식과 맥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GS그룹은 전날 서울 강남구 논현로 GS타워에서 허태수 회장과 계열사 CEO를 비롯한 경영진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탠딩 토크 방식의 신년회를 진행했다. 허창수 명예회장에 이어 GS그룹 2대 회장에 오른 허태수 회장이 임원들과 직접 대면하는 첫 공식행사로 자유롭게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는 형태를 취한 것이라고 GS그룹은 설명했다.

GS그룹은 “이는 격의 없이 소통하고 협력하는 협업 문화를 추구하는 허 회장의 오픈 이노베이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날 허 회장은 Δ디지털·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 확보 및 육성 Δ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강화 Δ애자일(Agile)한 조직문화 구축 Δ‘오픈 이노베이션’의 생태계 조성 등을 임원들에게 당부했다.

전날 서울 양재동 본사 대강당에서 신년회를 가진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미래차계획을 발표하는 형식을 취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홀로 무대에 올라 수소전기차와 자율주행 부문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10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이는 모바일로 생중계됐다.

지난해 복장 자율화를 주도했던 정 부회장은 이날은 예상과 달리 깔끔한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홀로 무대에 올랐다. 정 부회장은 편안한 차림으로 강당에 모인 직원들이 머쓱해 하자 “제 복장을 보고 의아해하거나 걱정스러운 눈길이 있을 것인데, 사실 이 행사가 끝난 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신년회가 있어 넥타이를 맸다”며 “여러분은 여러분의 목적대로, 저는 제 목적대로 입어 아무 문제 없으니 걱정 말자”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시무식은 총수 또는 최고위급 경영인의 마인드를 보여주는 다양하면서도 파격적인 형태를 띤 것이 특징”이라며 “앞으로 기존의 틀에 박힌 형태의 시무식에서 탈피해 해당 기업만의 독특한 문화를 추구하는 시무식이 더욱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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