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부터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유예기간이 끝나는 4월 29일부터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하는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게 된다. 서울에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비롯한 13개구 전역과 강서·노원·동대문·성북·은평구 등 5개구의 37개동이 상한제 대상이다. 올해 분양 예정 물량 대부분이 상한제 지역에 속한다.
이 단지들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를 아직 예단할 수는 없다. 해당 조합들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조합 내부 사정과 분양 절차에 소요되는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선 둔촌주공이나 흑석3구역 등은 상한제를 피해 4월 내에 분양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와 신반포3차·경남 등 대부분은 상한제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분양가상한제란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업체의 적정 이윤을 보탠 분양가격 이하로 분양하도록 정한 제도다. 정부는 상한제가 적용되면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통제하는 분양가보다 10%가량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올해 분양시장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현재 서울 집값이 단기 급등한 상태라 HUG 체제에서의 분양가도 시세보다 최대 수억원이 낮게 책정되고 있다. 이미 청약 경쟁은 심화해 1순위 평균 경쟁률이 두 자릿수는 예사고, 세 자릿수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앞서 11월 강남구 대치동에서 분양한 ‘르엘대치’(대치2지구 재건축)의 경우 주변 시세보다 최대 8억원 가량 분양가가 낮게 책정된 것으로 소문이 나면서 청약 인파가 몰렸다. 단 31가구 모집에 6575명이 신청해 평균 212대 1로 지난해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8월 동작구 사당동에서 분양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사당3구역 재건축)도 평균 204대 1로 두 번째 높은 청약률을 기록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첨 가점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송파구 위례신도시에 분양한 ‘송파위례퍼스트클래스’는 최고 당첨 가점이 82점으로 만점(84점)에 육박했다. ‘이수역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도 평균 당첨 가점은 67점, 최고 가점은 79점까지 치솟았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기간(32점), 부양가족수(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으로 점수를 산정한다. 업계에선 향후 상한제 적용 지역의 당첨 커트라인이 70점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인 서울은 분양가가 9억원이 넘을 경우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분양시장이 ‘현금부자만의 리그’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강남 대부분, 강북도 주요 지역 분양가는 9억원을 가볍게 넘고 있다. 또 12·16 부동산대책으로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잔금 대출도 어려워져 부의 쏠림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고강도 규제인 12·16 대책 이후 기존 아파트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세보다 저렴한 새 아파트의 인기는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대출 규제 강화, 청약 경쟁 심화로 일반 직장인이나 가점이 낮은 젊은 층의 진입은 어려워져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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