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사태 이어 사모펀드 불신 커져
“PB 마음대로 허위 신청서 내”… 피해 투자자들 집단소송 준비
5개월새 1조5000억 유출 ‘펀드런’… 금감원, 이르면 주내 수사의뢰
“금융사 직원이 원금과 이자가 보장되는 것처럼 설명해 가입했는데, 돈을 다 잃게 생겼다.”
“프라이빗뱅커(PB)가 이제 와서 ‘이런 상품인 줄 몰랐다’며 황당한 말만 반복한다.”
유동성 부족 등의 영향으로 1조 원 이상 투자금이 묶인(환매 중단)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불완전 판매’ 의혹을 본격 제기하고 나섰다. 사모펀드를 판 금융사들이 원금 손실 가능성과 투자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판매사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해 손해를 본 가입자 등 약 900명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가입자는 “펀드를 판매한 은행 직원이 채권이라 안전하고 적금보다 낫다고 해 가입했다”고 했다.
판매사 PB들이 투자자 성향 설문을 받지 않고 임의로 입력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른 가입자는 “신청서 실물을 확인했는데 작성한 적도 없는 서류였고 필체도 달랐다. PB가 마음대로 쓴 완전 거짓”이라고 했다.
일부 가입자들은 라임자산운용과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피해자를 모집하고 있는 법무법인 광화 관계자는 “서류를 보내 정식으로 접수시켰거나 소송 검토를 받은 가입자가 이미 수십 명이다”라고 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4096명이며 이 중 개인은 3606명이다.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돈을 회수하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7월 말 5조8672억 원이었으나 12월 말에는 4조3516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5개월 만에 설정액이 25.8%(1조5156억 원) 줄어든 것. 라임자산운용 측이 ‘펀드런’을 막기 위해 환매 중단 조치를 취했지만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환매 제한이 없는 상품에서도 돈을 빼갔다.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이번 주 검찰에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특히 무역금융 펀드에 주목하고 있다. 이 펀드가 투자한 미국 헤지펀드사 더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IIG)는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등록 취소 처분을 받았다.
금감원은 무역금융 펀드와 관련해 라임자산운용과 3600억 원 규모의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신한금융투자에 대해서도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은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는 자산운용사 대신 실제 자금을 집행하고 투자처를 검토하는 만큼 문제 발생 가능성을 미리 알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신한금투 측은 “주문을 받아 단순 중개 업무만 수행했을 뿐”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