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이 고조된 가운데 양국의 갈등이 한국 조선업에는 당장 큰 영향을 끼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오히려 선박 발주 증가 가능성과 해양플랜트 발주 재개 가능성이 높아져 조선업계에게는 ‘예상치 못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7일 국내 조선 전문가들은 이번 이란발 중동 위기가 세계 선주들의 선박 발주에는 당장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유가가 상승할 경우 해양플랜트 시장이 움직일 수 있어 조선업계에 장기적으로 긍정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통상 국제유가가 70달러~80달러에 근접할 경우 해상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해양플랜트의 채산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세계 선주들이 배를 발주하게 되면 선박 제조 기간을 고려해 2~3년 후를 보고 발주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의 중동 정세불안으로 인한 선박 발주 제한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이번 갈등으로 인해 기존 원유나 LNG(액화천연가스) 운반 경로가 변화될 경우 이에 맞춘 새로운 선박 발주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운반선이나 원유 운반선의 이란 지역쪽 운항로가 막히면 더 먼 항로를 택해야 하는데 그러면 배를 또 발주해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일단 해당 지역에서 운송을 진행 중인 선사들의 보험료가 오를 것이고, 이에 따라 운임도 오를 것”이라며 “만약 배가 이란지역에서 묶이게 되면 그 공백을 노리고 다른 선사가 발주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이번 중동 위기로 인해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한다면 최근 수년간 잠잠했던 해양플랜트 발주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선업계에게는 ‘예상치 못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과거 유가가 100달러 이상일 때 세계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증했던 것처럼 유가 급등이 발생하면 조선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나올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조대승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유가가 조선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큰데 특히 선박보다는 해양플랜트 발주가 고유가 시기에 많이 나왔다”며 “섣불리 예단하긴 힘들지만 고유가가 일정 시기동안 지속된다면 해양플랜트의 채산성이 높아져 발주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70달러~80달러대 이상의 국제 유가가 일정 기간 동안 지속돼야 해양플랜트 발주가 재개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시설 2곳이 테러로 인해 가동이 중단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지만 빠르게 안정세를 가져갔다”며 “이번 상황도 고유가가 지속되지 않으면 해양플랜트 발주 재개 기대감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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