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실사 중인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그동안의 금융 사고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분석했다. 불완전 판매와 사기·횡령 등 불법 행위가 결부된 데다 손실 규모가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초 자산운용사의 일탈 정도로 여겨졌지만 은행이 주요 판매처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행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금융산업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수익률 조작 정황까지… 대놓고 당한 투자자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운용이 당장 투자자에게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선언한 펀드 규모는 1조5600억 원, 이 중 개인이 돌려받지 못하는 돈만 9170억 원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손실률이 70%에 육박할 것으로 보며 손실액이 1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라임 사태는 수익률 조작과 ‘폰지 사기’(신규 투자자의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 등 불법 행위까지 개입돼 복잡하게 꼬여 있다. 향후 검찰 수사와 피해자 소송이 이어지면 문제 해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라임운용이 비상장 기업에 돈을 대주고, 그 돈을 받은 비상장 기업이 라임운용이 보유한 부실 자산을 인수하는 식으로 수익률을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라임운용이 보유한 자산은 속칭 좀비기업의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이다. 부실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펀드 수익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처분해 수익률을 의도적으로 높인 것이다.
금융당국은 라임운용이 ‘폰지 사기’에 펀드가 연루된 사실을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고 계속 판매해 왔다고 보고 있다. 라임운용은 무역금융펀드 6000억 원(개인 2400억 원)을 글로벌 무역금융투자 회사인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그룹(IIG)에 투자했는데, IIG가 폰지 사기 의혹으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자산 동결 조치를 받았다. 라임운용은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라임 사태는 동양증권 기업어음(CP) 사태나 KB증권의 호주 부동산 펀드 사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는 다른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 믿었던 은행마저… 신뢰의 위기로 번져
라임 사태는 펀드를 판매한 은행으로까지 번져 금융산업 전체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현재 판매사들이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판매잔액 5조7000억 원 중 은행 판매분은 약 2조 원으로 34.5%를 차지한다. 통상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 비중이 7%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5배나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DLF에 이어 은행의 불완전 판매 논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라임 펀드의 일부 투자자는 은행에서 사모펀드라는 사실을 모르고 가입했거나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안내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라임 펀드에 투자해 손해를 본 가입자 등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 회원 수는 950명을 넘어섰다. 한 투자자는 “100% 보험 가입 상품이라 최악의 경우라도 원금은 보장된다고 분명히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업계에선 DLF에 이어 라임 사태까지 연달아 터지면서 향후 금융회사의 자산관리 사업 영역이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라임 펀드 역시 사모펀드여서 대부분 프라이빗뱅크(PB) 서비스로 판매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자산관리 영역은 금융산업의 새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금융회사가 더 이상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내는 데 한계를 보이면서 자산가 돈으로 금융상품을 굴려 수익을 내고 수수료를 받는 PB 영역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라임이 고객을 속였다면 문제는 더 커질 것”이라며 “불완전 판매가 아니라 금융사기의 영역으로 넓어져 향후 금융시장 전체의 신뢰성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