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보유세 인상 외에도 투기규제 후속책으로 주택거래허가제를 언급하면서 부동산시장에 또다시 경고메시지를 주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택거래허가제의 경우 자칫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위헌적 소지가 큰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6일 부동산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주택거래허가제는 현행법상 근거가 없다. 기본권인 재산권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도가 시행되려면 국회에서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한다.
주택거래허가제는 주택을 거래할 때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앞서 지난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부동산을 투기 수단으로 삼는 이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도 정부는 모든 정책 수단들을 다 올려놓고 필요하면 전격적으로 쓸 것”이라며 고강도 대책을 예고했다.
이어 “대출규제, 거래질서 확립, 전세 제도와 공급 대책까지 경제학적, 정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일각에선 강 정무수석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도 볼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의견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며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청와대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불안이 이어질 경우 끊임없이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사실상의 대정부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두 핵심축이 주택거래허가제와 같은 모든 정책 수단을 언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역대 가장 강력한 대책으로 불리는 12·16부동산 대책도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의 ‘추가대책’ 발언 이후 범정부 차원에서 발표됐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주무부처의 국토교통부의 입장은 다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주택거래허가제를 하겠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해 파급력을 가늠케 했다.
사유재산권 행사를 직접적으로 제한한다는 점에서 초헌법적인 리스크가 크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8·31 대책을 포함해 중요 부동산 대책에서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했지만 거센 반대여론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해외에서도 대만, 싱가포르 등 규모가 작은 국가에서 토지거래허가제 등을 도입하고 있지만 주택거래허가제가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곳은 드물다. 되레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도 토지는 국가 소유여서 거래가 불가능해도 건물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금도 규제지역 3억원 이상, 비규제지역도 6억원 이상은 자금마련을 소명해야 하는 등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 전 단계인 주택거래신고제나 다름없는 상황”이라며 “거래시장 단속이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주택거래허가제까지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도 “주택공급 카드 대신 규제강화에만 골몰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억눌린 수요 탓에 집값폭등이란 폭탄을 떠넘기는 꼴이 된다”며 “공급과 규제를 균형 있게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주택거래허가제는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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