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1일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오는 16일 ‘200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일본산 제품의 판매량만 줄어든 것이 아닙니다. 생활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일본식 표현이 사라지고 제대로 된 용어가 정착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후리스’는 우리 실생활에 익숙한 단어입니다. 일반적으로 후리스는 양털모양의 간절기 재킷을 말합니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후리스의 올바른 표현은 ‘플리스’입니다. 유니클로 제품이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일본식 표현인 후리스가 굳어졌습니다. 토종 패션 브랜드 역시 후리스라는 단어를 채용한 상품을 내놓으며 우리 생활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패션계를 뜨겁게 달구면서 잘못된 외래어 표기법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뿐 아니라 일본식 외래어 표기도 바로잡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플리스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한 것이지요.
후리스 뿐만이 아닙니다. ‘골덴’도 마찬가지 입니다. 골덴은 ‘골지게 짠 옷감’을 설명할 때 쓰이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코르덴’이라는 일본식 발음이 구두로 전해지면서 골덴으로 굳어졌습니다. 올바른 외래어 표기법은 골덴이 아닌 ‘코듀로이’입니다.
이처럼 일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FW(가을겨울) 시즌 패션계에서는 일본식 표기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후리스 대신 ‘플리스’라는 이름을 붙인 의류를, 골덴 대신 ‘코듀로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상품을 제작했다고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인식 때문인지 일본식 표현은 아니지만 고유명사처럼 불리던 유니클로의 기능성 내의 ‘히트텍’도 ‘발열내의’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토종 패션 브랜드에서 유니클로 히트텍 못지 않는 고성능의 발열내의를 내놓으며 존재감을 뽐내자 이런 변화가 일어난 것이지요.
우리 국민들은 일본의 경제 보복을 ‘전화위복’으로 승화하고 있습니다. 불매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용어를 하나씩 정비하는 등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엑기스, 보루, 지리…… 이런 단어들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 모르게 익숙해져 있는 일본식 표기법도 이번 기회에 ‘국산화’를 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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