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중국 중간재 수출 활로…반도체·게임·화장품 긍정적"
"中, 美제품 2천억 달러어치 사야…韓수출에 일정 영향"
"美대선 전까지 휴전협정으로 큰 의미 부여할 수 없어"
"2단계 합의까지 난항 예상…경기 침체 신호 긴장해야"
“한숨은 돌렸는데 개운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정식 서명을 두고 대체로 이런 견해를 밝혔다. 이들은 우리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걷힌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문제의 본질은 해결하지 않고 정치적 의미만 부여한 ‘쉬운 합의’였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 판이 뒤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일부는 이번 합의로 양국 간 교역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수출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놨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3.3% 증가하면서 1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당시 산업부는 미·중 무역협상이 부분합의(스몰딜)에 도달하면서 호재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양국 간 무역분쟁은 줄곧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악재로 작용해왔다. 실제 우리나라 수출은 2018년 12월 이후 13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매월 1일 발표된 정부의 ‘수출입동향’에는 ‘미·중 무역분쟁 탓’이라는 분석이 빠지지 않았다.
그만큼 양국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수치상으로 봐도 중국은 수출 비중 25%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이다. 미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약 13%로 그다음으로 많다.
이런 점에서 양국의 1단계 합의는 우리 경제에 일단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간 미·중 갈등 심화로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에 애로사항이 많았다”며 “이번 합의로 반도체, 게임, 화장품 수출에 대한 전망이 좋아졌다”고 진단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품목 가운데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안 교수는 “앞으로 중국이 2000억 달러어치의 미국 농산물과 공산물, 서비스 등을 사야 하는데 작은 규모는 아니다”라며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 가운데 겹치는 게 있겠지만 그래도 총량적으로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단계 합의가 문제이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까지 중국은 국제 시장에서 지식재산권을 중시하지 않는다던가 다른 회사에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에 이로 인해 계약이 철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2단계 무역협상이 마무리된 이후 중국에 대한 관세를 제거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애매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플러스 모멘텀이 많겠지만 산업별로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분석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경쟁하는 것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1단계 합의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미국이 원하는 것은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이라며 “올해 미국의 대통령 선거 전까지 휴전 협정을 한 것이고 대선이 끝나면 다시 충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출은 단기 이슈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같은 중장기적인 지표를 살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올해 들어 미국 경기가 서서히 나빠지는 조짐을 보이고 중국도 5%대 성장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경기가 침체되면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는 “그간 미·중 무역분쟁으로 타격을 입은 부분에서 플러스가 되는 게 나올 테니 긍정적이지만 굉장히 많은 혜택이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1단계 합의는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한 형태이고 난항이 예상되는 것은 이 다음부터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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