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시장에 혼란만 주고 효과를 내지 못하는 건 정부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제, 주택 공급, 금융은 물론 교육 정책까지 톱니바퀴 돌아가듯 아귀가 맞아야 하는데 여기저기서 엇박자가 난 경우가 많았다. 비교적 시장을 잘 아는 관료 그룹과 표와 인기를 좇는 정치 세력 간 불협화음이 근본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2017년 8.2부동산대책 발표 때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가 아닌 현직 여당 의원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면에 나서 브리핑을 했다. 중요한 부동산 정책 발표는 통상 경제부총리가 맡아왔던 전례와 비교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라 ‘부총리 패싱’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기재부 내부에선 “우리가 뭘 알겠느냐. 부동산 정책은 국토부에 물어봐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있었다.
부총리와 주무 장관의 엇갈린 메시지도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 2018년 초 김 장관이 재건축 연한을 현 30년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시사하자 김 전 부총리는 “(연한 강화는) 정해진 정책이 아니다”라며 시장 불안을 진화하려 했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9월에는 김 전 부총리가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누차 말했지만 이듬해 9.13대책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 인상이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청와대는 2018년 말 홍남기 부총리 취임 당시 “경제 원톱”이라며 힘을 실어줬지만 이후에도 분양가상한제 도입 등에서 ‘부총리 패싱’은 반복됐다. 홍 부총리가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부처간 정책 엇박자도 나타났다. 국토부가 서울 집값을 압박하는 정책을 펼칠 때 현직 의원인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등을 폐지하겠다고 밝혀 학군 좋은 지역의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2018년 7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와 용산 개발 계획을 불쑥 내놔 서울 집값 급등을 초래했다가 이를 철회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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