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연 1.25% 동결…상반기 중 추가인하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7일 12시 24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1.25%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다만 금리 인하를 주장한 소수 의견이 2명 나와 상반기(1~6월) 중 금리가 한 차례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7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1.2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 연 1.50%에서 1.25%로 인하된 뒤 4개월 동안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1.25%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금통위는 결정문에서 “국내경제는 부진이 일부 완화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건설투자와 수출이 감소를 지속했으나, 설비투자가 소폭 증가하고 소비 증가세도 확대됐다”고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한은의 결정은 예상됐던 바다. 금통위에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진행한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94개 기관) 대상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9%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경기가 일부나마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설비투자 부진이 완화되고 소비도 다소 개선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 초반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실물 경기가 일부나마 회복되면서 저물가 우려도 낮아졌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인하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에서 신인석, 조동철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금통위 당시에는 1명이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그만큼 금통위 내에서 기준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음을 뜻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1~6월) 중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출 등 일부 지표가 개선되고는 있으나 그 수준이 미약하다. 이르면 2월 중에라도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가 지난해 말 “2020년 통화정책방향을 완화 기조로 유지한다”고 밝힌 점도 추가 인하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은이 금리 인하 시점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금리 동결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한은이 금리를 더 내릴 경우 양국 간 금리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일부 경제심리지수(ESI) 순환변동치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경기 주체들의 경기 판단이 일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 안정에 나선 정부와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고려할 수 있냐는 질문에 “현재 한은의 통화정책은 완화적 기조이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상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의 낮은 기준금리만이 부동산 가격 상승의 요인은 아니며 정부 정책에 맞춰 금리를 높일 가능성을 차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데는 수요와 공급, 시장 참여자의 향후 가격 예상과 기대, 정부정책 등 금리 이외에 다른 요인도 같이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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