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床, 독자 신청 전시]RIU & VIU의 구두
조선시대 ‘당혜’를 새롭게 해석… “전통 지속위해 청년들 도전 필요”
앞코가 봉긋 솟아오른 구두들이 돌 위에 맵시 있게 진열돼 있었다. 언뜻 고무신인가 했는데 부드러운 가죽신이었다. 분명 한국적인 느낌인데 서양의 발레슈즈 같기도 했다.
“이렇게 앞부분이 툭 튀어나온 게 저희 브랜드의 방향성이죠. 죽어가는 전통을 살리겠다는 의지예요.”
당차면서도 신나게 설명하는 RIU & VIU(리우앤비우)의 김예지 대표(32). RIU & VIU는 한국 전통의상에서 받은 영감을 동시대 감각으로 풀어내기 위해 김 대표가 지난해 10월 설립한 신진 패션 브랜드다. 김 대표는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로비에 마련한 ‘한국의 상(床)’ 프로젝트에 선정된 첫 독자 신청 전시의 주인공이다.
23∼31일 ‘한국의 상’에 전시되는 RIU & VIU의 구두들은 조선시대 양갓집 부인들이 신은 당혜(唐鞋)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6가지 색상의 구두에 12가지 색상의 구두끈을 조합해 ‘나만의 감성’을 드러낼 수 있다.
“서울 국악중고교를 나와 이화여대 국악과를 다니며 의류학을 복수전공했어요.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해 보니 제가 어려서부터 국악을 하며 입었던 한복이었어요.”
그는 한복의 현대화를 파고들면서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전통복식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 옷공방과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은 뒤 창업에 도전했다.
두려움은 없었을까.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남이 시키는 걸 하는 게 답답해 ‘내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이었어요.”
문제는 자본금이었다. 주변의 조언에 따라 경기도콘텐츠진흥원의 ‘스마트 2030 사업’을 통해 2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브랜드 네이밍과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다. 흐를 유(流)와 VIEW(‘보다’는 뜻)를 결합해 ‘시간의 흐름 안에서 우리의 관점을 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지난해 8월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복 현대화를 이끌 젊은 디자이너를 선발하는 ‘2019 한복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창업가가 된 지 불과 3개월. RIU & VIU는 인스타그램과 입소문을 통해 벌써부터 음악가, 디자이너 등의 팬층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전통이 지속되려면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도전해 여러 스타일이 생겨야 해요. 근대 복식문화를 전공하면서 동아일보 옛 신문을 수도 없이 찾아봤죠. 지난 100년간의 기록을 통해 연구한 것을 앞으로 100년 동안의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제 목표예요. 동아일보 100년을 통해 치열했던 기록의 소중함을 느끼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 한국의 상 프로젝트 ::
누구나 올리고 싶은 물건에 대한 스토리를 써서 동아일보(new100@donga.com)로 지원하면 선정된 물건을 전시하고 소개하는 개방형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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