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체 직원 홍모 씨(36)는 5월에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중심 도시인 새너제이 출장을 위해 항공권을 알아보다 김포국제공항 노선이 뜨는 것을 보고 놀랐다. 예전엔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10시간 40분 비행한 뒤 차량으로 약 50km를 이동해 새너제이로 갔다. 하지만 김포∼하네다∼새너제이 환승 노선을 이용하면 환승 체류 시간을 포함해도 13시간 45분 만에 새너제이공항에 도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홍 씨는 “일본 하네다공항에서 갈아타야 하지만 환승 체류 시간이 2시간 정도이고, 교통이 좋은 김포공항과 새너제이공항을 이용할 수 있어 실리콘밸리 출장이 수월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3월 29일부터 김포공항에서 일본 하네다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이동하는 노선이 확대된다. 이때부터 하네다공항에서 출국하는 미국 노선이 기존 하루 12편에서 36편으로 세 배로 늘기 때문이다. 김포공항과 하네다공항은 하루 12편이 왕복할 정도로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국내 항공업계도 하네다공항의 미주 노선 증편을 주시하고 있다.
하네다공항의 미국 노선 증편은 이 공항을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으로 키우려는 일본 정부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쿄 국제선의 중심이던 나리타공항은 도쿄 도심까지 차량으로 1시간30분가량 걸리지만 하네다공항은 도심까지 30분이면 가고, 24시간 운영하는 데다 일본 국내선 연결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하네다공항의 증편 슬롯(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50편 중 24편을 미국 노선에 할당하는 방식으로 미국 노선의 동북아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델타항공이 모든 도쿄 노선을 하네다로 옮기기로 한 데 이어 유나이티드, 아메리칸항공 등 미국 국적사들도 하네다 노선 확대에 나선 상태다. 3월 29일부터 하네다공항발 미국 노선이 하루 36편으로 늘어나면 29편인 인천공항을 능가하게 된다. 수요가 많은 로스앤젤레스는 하네다에서 하루 7편이 운항돼 인천 4편보다 많다. 인천 직항이 없는 새너제이, 포틀랜드, 휴스턴도 하네다에선 직항으로 갈 수 있다.
김포∼하네다 노선을 하루 3회씩 오가는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는 ‘김포공항 미국 노선’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포∼하네다 노선은 지난해 일본 노선 승객이 11.7% 줄어드는 동안에도 감소 폭이 1.4%에 그치며 205만114명을 실어 나른 황금 노선이다. 인천공항 직항보다 운임이 10만 원가량 저렴하고 국제선 터미널 내에서 환승을 위해 걸어야하는 동선이 짧은 점도 장거리 여행객에게 강점으로 꼽힌다. JAL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서울∼도쿄∼미국을 잇는 출장여객 수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업계는 사실상 김포공항에서도 미국 가는 시대가 열리는 만큼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일본 및 미국 항공사가 ‘김포공항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나설 경우 미국 노선의 동북아 허브를 두고 한국 일본 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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