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도 ‘모바일 결제 앱’ 있다…모바일뱅킹 기초 기능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30일 07시 05분


평양정보기술국서 개발한 모바일 결제 앱 '울림'
중국의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벤치마킹
북한원화로 충전해 송금 및 전자상점 결제 가능
"중국서 들어온 외화가 북한 전역으로 송금 가능"

북한에도 모바일 결제 어플리케이션(앱)이 존재하며, 송금 등 모바일뱅킹의 기초적인 기능까지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손광수 책임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평양정보기술국’에서 개발한 모바일 결제 앱 ‘울림’을 선보이며 전자상점(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방식을 다양화하고 있다.

‘울림’은 북한에서 출시되는 ‘평양2417’, ‘평양2425’ 등 최신 스마트폰에 계속 탑재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울림’은 북한에서 중국의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는 장마당이나 외화상점과 같은 오프라인상점뿐 아니라, 온라인망에서 거래하는 전자상점도 존재한다. 북한에서는 인트라넷인 ‘광명망’에 접속해 ‘만물상’, ‘옥류’, ‘실리’ 등 전자상점에서 물품을 거래할 수 있다.

전장상점은 PC뿐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접속할 수 있다. 전자상점에서는 배달음식부터 의류, 신발 등 북한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소비재 품목은 거래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바일 결제 앱 ‘울림’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전자상점 자체에 선불충전식 전자결제카드 번호를 입력해 결제하는 방식이었다. 손전화기(스마트폰)요금이나 선불충전식 전자결제카드를 통해서 결제가 가능해진 것은 2017년 경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전자결제카드는 은행계좌 없이 카드 자체에 돈을 충전하는 방식으로 한국의 T머니 교통카드와 유사하다. 결제는 마그네틱이나 NFC태그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다.

최근에는 북한원화만 충전할 수 있는 전자결제카드가 아닌 달러, 유로 등 5개 외화를 충전할 수 있는 결제카드 ‘나래’가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결제카드는 불특정인이 원하는 금액만큼 충전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화나 내화의 출처를 묻지 않아 당국의 추적을 걱정하지 않고 쓸 수 있다.

이에 반해 모바일 결제 앱 ‘울림’은 조선중앙은행이 발급하는 북한원화 선불충전식 전자결제카드 ‘전성’만 등록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성’카드는 조선중앙은행에 등록돼 있는 계좌와 연동하기를 권고하고 있어 충전금액의 출처를 묻지 않는 ‘나래’카드와 비교된다.

‘울림’은 단순히 결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카드와 카드 간 송금(계좌이체)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잔고 조회, 카드의 요금충전, 다른 전화사용자로의 요금이체, 전자상점 결제까지 가능해 모바일뱅킹의 기초적인 기능을 갖춘 것으로 확인된다.

이 앱에는 ‘료금이송’이라는 기능이 있다.

손광수 책임연구원은 이 기능에 대해 “기존에 문자메시지로 주고받던 손전화기에 충전된 요금을 ‘울림’ 어플로 이전하는 기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기능이지만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휴대전화 요금을 사용자 간 이체하는 방식으로 송금을 하는 경우가 있다. 북한도 이러한 방식을 ‘울림’ 앱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울림’의 등장은 ‘돈주’로 대표되는 사금융의 기능을 모바일 결제시스템 확충으로 공적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흡수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북한원화 전용 충전카드인 ‘전성’을 ‘울림’ 앱에 연동해 사용하는 것은 국가경제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차원에서 당연해 보일 수 있지만 모바일 결제시스템 확립을 통해 내화통용을 유도하는 북한당국의 고민이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울림’이 탑재돼 있는 최신 스마트폰 가격은 최소 500달러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의 의류임가공 노동자가 받는 월급이 100위안(약 6달러, 한국원화 1만7000원, 북한원화 1만3000원) 정도라 평양에서도 ‘울림’의 사용 빈도는 아직 대중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도 굳이 북한당국의 관리감독 아래에 있는 ‘울림’ 앱을 통해서 거래해 거래규모를 노출할 필요를 못느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당국은 화폐개혁의 실패를 거울 삼아 경제문제 만큼은 전격적인 시행보다는 친숙도를 높여 점점 ‘울림’을 통해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필 것으로 전망된다.

손광수 책임연구원은 “‘울림’ 등 모바일결제 앱의 등장은 모바일결제시스템을 확립하겠다는 북한의 ‘우리식’ 금융개혁정책의 일환이며, 점차 사용자 편의성과 경제운영당국의 통제·관리 필요도와 교집합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에서 들어온 외화가 북한 전역으로 송금되는 시점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탈북자들이 북한 내 가족들에게 보내는 송금이나, 외국에서 북한으로 보내는 송금은 현재 대북제재로 인해 은행을 통한 송금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국의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로 북한 사용자에게 위안화로 보내고 북한 사용자들은 고시된 장마당 환율로 계산해 북한원화로 ‘울림’을 통한 송금으로 돈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30분 이내 북한 전역으로 송금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광수 책임연구원은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차단하게 돼 있지만 모바일 결제 앱을 통한 금융거래는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북한국적자가 자신의 명의나 중국인의 명의를 빌려 중국에서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를 개설해 중국 내에서 송금이나 결제를 하고, 북한으로 송금을 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이를 차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모바일 결제시스템의 확장을 통해 대내적으로는 북한의 금융개선, 대외적으로는 대북제재 우회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 계속해서 발전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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