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대안’ 뜨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추진 속도는 ‘글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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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성지아파트 첫 최종승인… 동작 우성 등 조합추진위 속속 출범
보조 말뚝으로 하중 분산 기술… 국내선 아직 시공 사례 없어
내력벽 철거 허용여부도 결론 안나… 안전성 문제 해결까지 시간 걸릴듯

정부의 규제로 주택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사업 속도가 빠르고 거래 제한이 없는 리모델링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수직증축’ 리모델링 1호 아파트가 탄생한 가운데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도 느는 추세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과 달리 정부는 제도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아 사업 추진 속도가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서울 송파구에 따르면 송파동 성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이 제출한 리모델링 사업 주택건설 사업계획안이 22일 최종 승인됐다. 아파트 층수를 높이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사업 계획이 통과된 것은 성지아파트가 처음이다. 새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려는 아파트 또한 늘고 있다. 11일 동작구 우성아파트 2·3차와 극동, 신동아 4차아파트 등 4개 단지에서 리모델링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추진위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약 5000채 규모의 대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광진구의 상록타워는 리모델링 주택조합 창립총회를 열었고, 송파구 코오롱아파트도 최근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조성했다.

리모델링이 관심을 받는 것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규제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연한이 준공 후 15년으로 재건축 단지(30년)에 비해 짧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진행되는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인가부터 소유권이전등기까지 조합원 양도가 불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은 거래가 자유롭다. 최근 국회에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리모델링 조합이 소유주 75%의 동의만 얻으면 사업대지 소유권 100%를 확보하지 않아도 사업계획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된 점도 주목받는 이유다.

문제는 성지아파트 이후 2번째 사례가 언제 등장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14년 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의 가구 수를 15% 늘리고, 층고를 최대 3층까지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수정한 이후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한 단지는 성지아파트뿐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지아파트는 지반의 강도인 ‘지내력’이 뛰어난 곳에 지어져 통과가 가능했다”며 “지반이 워낙 튼튼해 말뚝으로 건물의 하중을 분산시키지 않고도 층수를 올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단지들은 안전성 검토와 내력벽 철거 허용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대부분의 아파트는 ‘선재하 공법’을 도입하고 있다. 선재하 공법이란 층수를 올렸을 때 커지는 하중을 보조 말뚝으로 분산해 주는 기술이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해당 기술을 도입하려면 공인기관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해당 기관들은 검증 기술력 부족 등을 이유로 소극적인 모습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선재하 공법으로 시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쉽게 안전성 검사를 통과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사업성과 직결되는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내력벽을 철거하지 않으면 아파트 좌우 폭을 넓히기 어려워 평면 구성에서 손해를 본다. 국토부는 건설기술연구원이 진행 중인 ‘리모델링을 위한 가구 간 내력벽 철거 안전성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초 예정됐던 연구 완료 시기는 지난해 말로 미뤄졌다가 올해 상반기로 또다시 연기됐다. 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안전성 실증실험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며 발표 일정이 더 늦춰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적극적인 태도로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성 검사 통과를 위한 검증 절차를 민간기업도 수행할 수 있게 하고,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 결정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재건축#리모델링#수직증축#송파 성지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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