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이사회 “재무구조 개선”
7일 열리는 한진칼 이사회에선 제주 칼등 호텔매각안건 상정 예상
조현아 그룹복귀 원천봉쇄 의도
한진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호텔 및 레저 사업과 부동산 자산 매각에 나섰다. 반(反)조원태 연합에 선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경영 참여를 원하는 사업 분야를 떼어내면서 그룹 복귀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7일 열리는 한진칼 이사회에서 한진그룹의 호텔 사업 일부를 매각하는 안건이 올라올 예정이다. 한진칼 소유의 제주 칼호텔과 파라다이스호텔을 정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루 앞서 이사회를 연 대한항공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땅(3만6642m²·1만1084평)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송현동 땅은 대한항공이 호텔 건립을 추진했으나 학교 옆에 호텔을 지을 수 없다는 이유로 인허가가 이뤄지지 않아 유휴 부지로 남아있는 곳이다. 이사회는 또 인천 중구 을왕동에 있는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의 지분도 매각하겠다고 했다.
호텔 사업을 관리하는 한진칼의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를 이끌던 조현아 전 부사장은 호텔 및 레저 분야의 사업에 깊이 관여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과 조 회장이 직접적인 갈등을 빚게 된 계기가 조 회장이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익이 안 나면 버려야 한다”며 사실상 호텔 사업의 매각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진그룹 내에서 호텔 사업을 관리하는 칼호텔네트워크는 수년째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 사업 등의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명분도 쌓고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도 막을 수 있는 조치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이사회에서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안건도 의결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로 했다. 사내이사인 우기홍 사장이 위원직을 사임하고, 사외이사인 김동재 이사를 신규 위원으로 선임 의결했다.
재계는 조 회장이 6, 7일에 연이은 이사회를 통해 ‘3자 연합’의 경영권 공격에 대한 본격적인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3자 연합은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지분을 공동 보유하기로 합의한 걸 의미한다. 다음 달 말에 있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돼야 하는 조 회장은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최근 조 회장 지지 의사를 밝힌 대한항공 사우회 등을 포함해 약 37.26%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3자 연합의 드러난 지분은 31.98%다.
드러난 지분만으로는 조 회장이 우세하지만 델타항공과 카카오 등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KCGI도 소액주주를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측 지분이 박빙인 상황에서 조 회장 측은 이사회를 통해 KCGI가 요구해온 내용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소액주주가 KCGI를 지지할 명분도 없애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KCGI는 이날 대한항공이 재무구조 개선안을 발표하기 직전 보도자료를 내고 “3자 연합의 합의 이후 한진그룹 경영진이 뒤늦게 새 경영 개선방안을 내고 주주들과 논의하고 있다”며 “주주를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 아닌 거추장스러운 ‘외부세력’으로 보는 시각을 유지하는 경영진이 내는 방안에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3자 연합은 14일 전까지 주주 제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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