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경영권 분쟁에) 관여하지 않겠다. 카카오의 한진칼(한진그룹 지주사) 지분 인수는 양사가 다양한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한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봐 달라.”
김범수 카카오 의장(54)은 5일 오전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오피스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3월 예정인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누구 편을 들 것이냐’는 질문에 곤혹스럽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말 한진칼 지분 약 1%를 매입한 카카오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찬성표를 던질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의장은 “카카오톡에서 항공권 구매 등 다양한 협업을 모색하고자 대한항공 지분을 인수했고, 지난해 SK텔레콤과 지분 맞교환을 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으로부터 각각 의결권 행사를 요구하는 연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 의장은 다음 달 임기가 마무리되는 여민수,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를 재신임하겠다고 했다. 그는 “두 경영자가 지금까지 사업을 잘 이끌어주었고, 특히 지난해에는 좋은 성과를 냈다”면서 “연임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두 공동대표는 2018년 3월 선임된 이래 놀라운 실적을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이 2조2225억 원으로 역대 최고(3분기 누적 기준)를 기록해 ‘연매출 3조 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카카오톡을 플랫폼으로 이뤄지는 비즈니스(톡비즈)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이 428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수직상승했다. 두 공동대표 재임 중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취임 직전 대비 35%(3조7180억 원) 상승한 것도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인정받은 덕분이라는 게 김 의장의 생각이었다.
김 의장은 요즘 카카오의 향후 10년 설계도를 구상 중이라고 했다. 그는 “카카오톡 출시 이후 지금까지의 10년이 카카오의 ‘시즌1’이라면 향후 10년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등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시즌2’가 될 것”이라며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카카오는 2010년 3월 선보인 카카오톡의 성공을 기반으로 시가총액 기준 국내 22위(약 14조4719억 원) 대기업으로 우뚝 섰다. 김 의장은 2017년에는 AI, 2018년은 블록체인, 2019년은 기업 간 거래(B2B) 등 해마다 임직원들에게 경영 키워드를 제시해 왔는데 올해는 데이터 등 신산업을 카카오의 키워드로 내놓았다.
그는 “메신저, 포털 등 사업을 영위하는 정보기술(IT) 기업으로서 그동안 누적해 온 기술력을 토대로 지난해 설립한 자회사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라면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앞으로 AI, 데이터 등을 실제 산업에 적용해 카카오의 비즈니스 외연을 넓히고 회사의 미래 먹을거리를 책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 역시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뿌린 씨앗들 가운데 카카오M, 카카오페이지 등 콘텐츠 사업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어 성장이 기대된다”면서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했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 등에서 나오는 ‘콘텐츠 부문’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대비 22.3%(2245억 원) 증가하는 등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 중이다. 특히 카카오페이지는 웹소설, 웹툰 등 지식재산권(IP)을 드라마, 영화, 게임, 공연 등 다양한 형식으로 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카카오M도 음악 제작 및 유통에서 영상 사업으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한편 김 의장은 시즌1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을 꼽았다. 그는 “어려운 순간이 너무 많았다”면서도 “카카오는 고비를 맞을 때마다 다음과의 합병, 로엔엔터테인먼트(현 카카오M) 인수 등 인수합병(M&A)으로 돌파구를 찾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