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이 칼을 빼들었다. 칼 끝은 ‘수익성 개선’을 가리키고 있다. 백화점과 마트·슈퍼·롭스 등 비효율 오프라인 점포 200여개를 정리하기로 했다. 전체 오프라인 매장 10곳 중 3곳을 줄이는 셈이다.
이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또 매장 개편으로 사업부 간 시너지를 높이기로 했다. 기존 ‘유통 회사’가 아닌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서비스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게 강 부회장의 ‘큰그림’이다.
롯데쇼핑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 운영 전략’과 ‘미래 사업 청사진’을 발표했다. 핵심 역량을 활용해 체질을 바꾼다는 목표다.
앞서 롯데쇼핑은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사업부제’를 1인 최고경영자(CEO) 아래에 두는 통합법인(HQ) 구조로 전환했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다.
과거에는 법인 내 각 사업부가 개별 대표 체제로 운영되면서 독립적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회사의 자원을 법인 전체의 성과를 위해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올해부터는 신설한 HQ가 통합적 의사결정을 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각 사업부는 ‘상품 개발 및 영업 활동에 집중’하는 형태로 운영한다.
특히 ‘2020년 운영 전략’의 핵심은 강도 높은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통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롯데쇼핑 내 백화점과 마트, 슈퍼, 롭스 등 총 700여개 점포 중 약 30%에 달하는 200여개 비효율 점포를 정리할 예정이다. 자산을 효율적으로 경량화하고 영업손실 규모를 축소해 재무건전성과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아울러 롯데쇼핑이 가진 핵심 역량인 ‘공간, MD, 데이터’를 활용해 체질 개선을 진행하는 미래 사업 운영 방향도 제시했다.
넓은 매장 공간(총 100만평)과 지난 40여년 간 축적된 MD 노하우, 방대한 고객 데이터(3900만명)를 다각도로 활용해 기존의 ‘유통 회사’에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서비스 회사’로 거듭나는 전략이다.
또 롯데쇼핑은 총 100만평의 오프라인 공간을 리셋(Reset)하고 업태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장 개편으로 사업부 간 시너지를 창출하기로 했다.
경쟁력이 낮은 중소형 백화점의 식품 매장은 신선식품 경쟁력을 갖춘 슈퍼로 대체하고, 마트의 패션 존(Fashion Zone)은 다양한 브랜드에 대한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갖고 있는 백화점 패션 바이어가 기획 진행하는 등 기존 매장 운영 개념에서 벗어나 융합의 공간을 구현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내 유통사 중 최대 규모인 3900만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모든 고객·상품·행동 정보를 통합·분석하고 오프라인과 이커머스의 강점을 결합, 고객 개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서비스 회사’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국내 시장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전환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는 신동빈 회장이 게임체인저 되라는 주문에 대한 화답으로 보인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0 상반기 LOTTE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 기존의 틀을 깨고 시장의 룰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며 적당히가 아닌, 혁신적 변화를 촉구했다. 이어 “과거의 성공 방식에 매달리거나 현재의 상태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현재 롯데쇼핑의 최우선 과제”라며 “고객, 직원, 주주들의 공감을 얻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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