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대책 두 달, 강남 집값 잡았지만 ‘수·용·성’을 놓쳤다

  • 뉴스1
  • 입력 2020년 2월 16일 07시 27분


서울 강남권의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 News1
서울 강남권의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 News1
고가 주택을 겨냥한 12·16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두 달째 접어들면서 집값 과열 진앙인 서울 강남 아파트값은 수그러드는 모습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서울 강북과 경기 일부 지역에 풍선효과가 나타나 추가 규제가 예고되고 있다.

16일 고강도 세금·대출 규제인 12·16 대책이 발표된 지 2개월이 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16일 주택시장 과열이 심화하자 사전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규제를 발표했다.

주 타깃은 강남 집값이었다. 강남 아파트를 필두로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 집값이 연쇄적으로 오르자, 집값 상승의 고리를 끊기 위해 고가 주택을 겨냥해 규제를 가했다. 9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줄이고,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아예 대출을 막았다. 또 자금조달 증빙서류 제출을 의무화해 불법 증여의 진입을 차단했다. 고가 아파트의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을 최대 80%까지 올려 보유세도 높였다.

정부의 전략은 주효했다. 대책이 발표된 지 1주일이 지나면서부터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재건축 호가는 최대 수억원씩 떨어졌고, 인접한 준신축 아파트도 급매물이 나오며 점차 하락세로 돌아섰다.

© News1
© News1
집값 통계에서도 규제 효과는 드러났다. 대책 6주만인 지난달 20일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정부가 집값 과열 진앙으로 지목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값이 동반 하락하며 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낙폭(0.02%→-0.03%→-0.04%→-0.05%)은 지금도 계속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도 0.01%로 보합권으로 내려앉아 마이너스 진입을 목전에 뒀다.

그러나 정부의 예상을 깨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풍선효과’(규제 제외 지역에서 수혜를 기대하는 것)가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서울 강북과 경기 일부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과열이 전이된 것이다.

수요자들은 돈줄이 막혀 고가 주택 매입이 어려워지자 대출 규제가 약한 9억원 이하 주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집값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던 일명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마저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의 풍선효과는 더욱더 심했다. 경기 수원, 용인, 성남 지역 등은 교통개발 호재까지 주목받으면서 수요자들이 단체로 몰려들어 집을 사들였다. 수원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지난주 2%를 넘겨(2.04%) ‘폭등’ 수준에 이르렀고, 용인도 0.73% 가파르게 상승해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결국 다시 추가 규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수·용·성 등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수도권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값이 오르는 지역에 대해 여지없이 추가 규제를 내놓는 등 강경 대응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집값은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는 집값 과열 양상을 보이는 수도권 일부 지역도 조만간 규제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자금출처조사 강화 등의 조치까지 더해져 집값을 안정시키는 제동장치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억누르기식의 규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유동자금은 늘어나는데 풍선효과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을 경우 제2, 제3의 풍선효과는 어떻게 막을지 정부는 또 고민할 수 있다”며 “공급 없는 규제는 장기적으론 집값 급등을 부추기고 당장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