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충격을 받고 있는 중국 경제의 지속성장 가능성을 점검한 결과 장기침체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23일 ‘해외경제포커스 : 중국경제 지속성장의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경제에 가해질 단기충격이 불가피하지만, 중국경제의 성장동력이 훼손돼 장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며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기 한은 중국경제팀 과장은 “중국경제는 지속성장 제약 요인들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와 같은 예상하지 못한 충격을 받고 있다”며 “정책 여력 및 대응 어려움이 더 커졌지만,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요인도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구조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실물·금융시장 개방 확대,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축소 등을 요구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 첨단산업 관련 불공정관행에 대한 제재 등을 추진 중이다. 그 여파로 지난 2018년부터 수출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2017년 7.9%를 기록한 뒤 2018년 9.9%로 올랐다가 지난해 0.5%로 9.4%p(포인트) 급락했다.
이 과장은 “중국 첨단산업 및 대형 국유기업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견제로 중국의 수출과 첨단기술 발전이 더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분기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비율은 154.5%(세계은행 집계 기준)를 기록했다. 2018년 기준 중국의 1인당 GDP가 1만달러인 점을 고려해 이와 비슷한 수준의 러시아(1만1000달러), 멕시코(1만달러), 브라질(9000달러)와 비교할 경우 중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비율은 과도한 수준이다. 지난해 2분기 기준 러시아의 GDP 대비 기업부채비율은 45.4%, 멕시코는 25.8%, 브라질은 42.3%였다.
이 과장은 “중국의 과도한 기업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누적된 비효율적인 고정투자 영향”이라며 “특히 중국 내 공업기업(광업, 제조업, 전기·가스·수도공급업)의 자산수익률은 철강, 화학, 석유가공 등의 과잉설비로 인해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라고 했다. 이어 “기업의 과잉설비·과잉부채가 자산가격 하락과 맞물릴 경우 장기적인 투자조정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중국의 생산가능인구 감소도 경제의 지속 성장을 방해할 것이라고 봤다. 이 과장은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는 지난 2014년부터 감소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1978년부터 실시된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앞당긴 것으로 보이는데,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노동투입뿐만 아니라 기술발전을 제약해 잠재성장률을 더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것”이라고 했다. OECD가 발표한 중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 2016년 6.8%에서 2018년 6.1%, 올해 5.7%로 떨어졌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 증감율(전년대비)은 지난 2013년 0.2%, 2015년 -0.1%, 2018년 -0.5%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중국 농촌 노동력이 도시로 이전하고 있다. 도시로 농촌 인구가 유입되면 총요소생산성을 개선하고 도시 인프라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장은 “중국은 최근에도 농촌 인구의 도시 유입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생산가능인구 감소 영향을 일부 완화하고 보조적인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은 그동안 질적 성장구조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한 결과 투자의 성장기여도는 하락했지만, 소비의 성장기여도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2009~2010년) 당시 대규모 공공투자 지출로 내수를 진작한 결과 과잉투자 문제가 발생하자 지난 2015년부터 질적 성장구조로 정책방향을 전환해 균형성장을 추진 중이다.
그는 “최근 중국의 소비 성장세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내구재를 중심으로 다소 둔화됐지만, 투자증가율보다는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또 중국정부의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한 통제력이 높아 경제불안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도 지속성장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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