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라임 대출금 회수 방침… 일반인 손실 늘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4일 03시 00분


신한금투-KB증권-한국투자증권 “우선 회수권리 미행사땐 배임죄”
대신증권 보류요청에도 진행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에 자금을 대출해준 증권사들이 고객보다 먼저 자금을 회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이 대출을 먼저 회수해 가면 라임 펀드 투자자들의 손실액은 그만큼 더 커진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운용 사모펀드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은 “대출금 회수를 보류해 달라”는 최근 대신증권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출금 회수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증권은 다른 증권사가 대출 회수를 강행하면 자사 고객의 손실이 더 늘어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요청을 했다.

이들 증권사는 라임운용과 약 6000억∼7000억 원 규모의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었다. TRS는 운용사가 투자자 투자금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대출을 받아 운용 자산을 불리는 행위다. 운용 수익률이 좋으면 더 많은 이익을 거두지만 수익률이 떨어지면 더 큰 손해를 입는다.

문제는 펀드 만기 때 증권사가 일반 투자자보다 투자금을 더 먼저 회수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라임운용에 대출을 해준 증권사가 대출금을 전액 회수하고 남은 펀드 자산을 투자자들이 나눠 갖는 식이다. 이미 라임펀드 수익률이 크게 악화된 상황인데, 여기서 증권사마저 대출금을 회수해 가면 일부 투자자는 한 푼도 투자금을 건질 수 없게 된다. 20일 기준 라임운용 사모펀드 순자산은 2조8142억 원으로 설정액인 4조345억 원보다 1조2203억 원 쪼그라들었다. 향후 증권사의 TRS 대출금 회수와 아직 손실액이 확정되지 않은 무역펀드 손실액까지 더해지면 라임펀드 손실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의 대출 회수 보류 요청에 대해 다른 증권사들은 “규정대로 대출금 회수를 하지 않으면 우리가 도리어 배임죄에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편 라임 펀드 투자자의 절반가량은 60대 이상 고령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라임운용의 173개 펀드에 투자한 개인 계좌 수는 모두 4035개다. 이 중 60대 이상 계좌 수는 1857개로 전체의 46%에 이른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라임자산운용#환매 중단 펀드#증권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