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7명으로 전체 40% 웃돌아
삼성SDI는 박태주-김덕현 등… 노동-인권 전문가들도 추천
남성-법조인-관료 출신 틀 깨고 이사회 다양화-투명 경영 의지
삼성의 주요 계열사가 올해 새로 선임하는 사외이사 후보자로 여성 인사와 노동 정책 전문가 등을 다수 추천하며 이사회 다양성 확보에 나섰다. 경제계에선 삼성이 계열사별로 이사회 중심의 투명 경영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삼성에 따르면 16개 상장 계열사 중 다음 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기로 결정한 곳은 8개사로 총 17명의 후보자를 추천했다. 이 중 7명은 여성으로 전체의 40%를 웃돈다. 외부 인사인 사외이사는 회사의 주요 안건을 의결하는 이사회에 참석해 경영 활동을 조언하거나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각 사의 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이 주총에서 예정대로 통과되면 삼성 16개 상장 계열사의 여성 등기임원(사내이사 포함)은 기존 5명에서 11명으로 늘어난다. 국내 주요 그룹 중 여성 등기임원 인원이 10명 이상인 곳은 삼성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선 이미 김선욱 이화여대 명예교수, 안규리 서울대 신장내과 교수 등 2명의 여성 사외이사가 활동하고 있다. 여성 사내이사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인재 삼성카드 부사장이 있다.
특히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SDI, 삼성중공업,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5곳은 현재 남성만 등기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사외이사 신규 선임을 통해 여성 1명씩이 이사회에 합류할 예정이다. 삼성은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시행될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의 여성 등기임원 의무선임 제도에 앞서 선제적으로 신규 여성 사외이사 추천 절차를 밟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일부 계열사는 이례적으로 노동·인권 전문가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자로 추천했다. 삼성물산은 참여정부 시절 노동부 차관을 지낸 정병석 한양대 경제학과 특임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삼성SDI는 문재인 정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낸 김덕현 법무법인 진성 변호사를 각각 추천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비(非)노동조합 경영 관행을 폐기하는 등 변화를 선언한 상황에서 노동·인권 전문가의 시각도 반영해 경영 활동을 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금융(삼성증권·삼성카드), 정보기술(삼성SDS) 등 업종에 따라 전문성이 요구되는 계열사는 각각 학계 출신의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삼성이 남성, 법조인, 관료 출신 등 기업들의 기존 사외이사 영입 공식을 깨고 이사회 다양성 확보에 나서는 것은 계열사별 독립·투명 경영 체계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다. 새로운 시각을 가진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회사 경영진에 대한 건전한 견제와 감시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1일 이사회 의장직에 사상 처음으로 사외이사인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선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이 이사회 다양성 확보를 통해 사회적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국내에서도 삼성이 앞장선 만큼 뒤따르는 곳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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