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내리면서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지속됐던 주요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 눈치게임이 사실상 끝났다. 통상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 이후 2주 정도의 시간을 두고 예금금리를 내린다. 그러나 올해 2월초까지만 해도 ‘총대’를 메는 은행이 나타나지 않았었다. 올해 도입된 신(新) 예대율 규제로 예금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유인이 컸기 때문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모든 은행의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오픈뱅킹 시대 개막도 한몫했다. 요약하면 예금금리 인하로 고객이 이탈할까봐 우려했던 것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 22개의 예·적금 상품(제휴적금 상품은 20일부터 적용)의 금리를 25~45bp(1bp=0.01%p) 인하했다. 1년 만기 기준 ‘하나원큐 정기예금’ 금리는 기존 연 1.35%에서 1.10%로, ‘하나원큐 적금’은 연 1.80%에서 1.50%로 각각 내려갔다. 하나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인하한 건 지난해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50%로 25bp 인하한지 약 7개월 만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가 연 1.25%로 추가 인하됐을 때도 예·적금 금리를 내리지 않았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이미 일부 상품의 예금금리를 인하했거나 인하를 예고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21일부터 ‘신한 주거래 S20 통장’과 ‘신한 주거래 미래설계 통장’의 우대금리를 연 최고 25bp 낮춘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0일부터 만기별 ‘원(WON)’ 예금‘ 금리를 기존 연 0.5~0.95%에서 0.5~0.87%로 조정했다. 위비정기예금도 연 1.4%(1년 기준)에서 1.1%로 30bp 인하했다.
시중은행들의 예·적금 금리 눈치게임이 최근 끝난 것은 은행의 절대적인 수익원인 순이자마진(NIM) 축소를 막기 위한 조치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4분기 NIM은 전년 동기 대비 6bp 하락한 1.4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도 7bp 하락한 1.46%, 국민은행은 6bp 떨어진 1.61% 수준이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의 NIM도 각각 1.37%, 1.52%로 전년 동기 대비 3bp, 22bp씩 떨어졌다.
하나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금융채 AAA등급 6개월물 금리는 지난달 초 연 1.38%에서 말일 기준으로는 1.21%로 17bp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이에 따라 수요가 몰려 시장금리가 하락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금리가 내려가는 만큼 예금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수익 방어에 차질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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