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평균 조정 폭보단 작아…"정부 정책 효과 고려한 듯"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 2.9→2.4% 대폭 조정…중국 4.9%
"1분기 중 코로나19 완화 안 되면 1.5%까지 내려갈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를 반영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또 한 차례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반영한 주요 국제기구의 성장률 전망치가 공식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조정 폭은 주요 20개국(G20)이나 세계 경제 전체에 비해 크지 않았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는 이날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OECD Interim Economic Outlook)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지난해 11월 기준) 2.3%에서 2.0%로 0.3%포인트(p) 낮췄다고 밝혔다. 한국 성장률에 대한 OECD의 전망치는 지난해 3월 2.6%에서 같은해 5월 2.5%, 9월 2.3%로 연속해서 낮아진 뒤 11월엔 2.3%에 머물렀었다.
일본, 호주 등 국가와 같이 경제 구조가 중국과 밀접히 연관돼 있어 코로나19의 영향을 비교적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OECD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나라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렸다. G20 국가 중 브라질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18개국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평균 조정 폭은 -0.5%p다. 인도(-1.1%p)에 대한 조정 폭이 가장 컸고, 중국(-0.8%p), 남아프리카공화국(-0.6%p), 멕시코(-0.5%p), 호주(-0.5%p), 러시아(-0.4%p), 이탈리아(-0.4%p) 등에서 성장률 충격이 비교적 클 것으로 봤다. 캐나다(-0.3%p), 프랑스(-0.3%p), 아르헨티나(-0.3%p), 터키(-0.3%p) 등에 대해선 우리나라와 같은 정도로 조정했다.
OECD는 “2020년 세계 경제는 코로나19로 글로벌 밸류체인(value chain), 관광업, 금융 시장, 경제 심리 등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시각을 반영, OECD는 세계 경제 전체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2.4%까지 대폭(-0.5%p) 내려 잡았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코로나19 사태가 발원지인 중국에서 1분기 중 정점을 찍은 후 완화되고, 여타 국가로의 확산이 제한적일 것이란 가정하에서다. 상황의 악화 정도에 따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전제를 배제한다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1.5%까지 추락할 것으로 OECD는 예상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유럽, 북미 지역 등으로 감염병이 확산되고 장기화되는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다. 기업 부채 규모가 높은 수준인 데다 신용도 역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코로나19의 여파로 기업 부채 부실화 등 금융 불안이 야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밖에 1단계 합의에도 불구하고 기존 관세를 모두 철폐하는 수준의 추가 합의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미·중 무역 갈등 역시 세계 경제에 여전한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예정돼 있는 브렉시트(Brexit) 이행 기간 내 영국과 유럽연합(EU)이 합의에 실패하면 두 국가의 교역 위축도 불가피하다.
중국은 올해 5%도 성장하지 못할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전망치를 기존 5.7%에서 4.9%까지 큰 폭으로 낮춘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1분기 이후 진정된다 하더라도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을 -2%만큼 감소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OECD는 판단했다. 이는 봉쇄 조치 등에 따라 노동력 이동이 제한되고 관광 산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기업의 생산 차질, 서비스 부문 위축 등이 연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중국의 현 상황에 근거한다.
코로나19는 유로존(Euro zone)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봤다. 유로존 성장률은 기존 1.1%로 내다봤다가 0.8%로 하향 조정했다. OECD는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도 유로존 성장률이 1% 내외로 낮은(Sub-par)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경제는 1.9%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존 전망치(2.0%)에서 0.1%p 내려 잡은 것이다. 중국 경제와의 밀접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 기인한다. 다만 경제 심리 위축, 공급망 차질, 대외 수요 둔화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겹쳐 성장률엔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다.
OECD는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은 국가들에 대해 공중 보건 지원, 기업·노동자 단기 피해 지원 등 맞춤형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추가 재정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에 더해 단축 근무 등을 통한 고용 유지, 현금 이전 등을 통한 가계 지원, 중소기업의 일시적 자금 애로 해소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와 함께 공공 부문 투자 등 재정의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OECD는 강조했다. 한국은 캐나다, 독일, 일본, 영국 등과 함께 확장 재정을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들 중 하나로 언급됐다.
통화 정책은 장기 이자율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완화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져 온 만큼 통화 정책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재정 정책, 구조 개혁과의 병행을 권했다. 특히 한국, 호주 등의 국가는 정책금리를 예방적으로 낮추는 것이 경제 심리를 회복하고 부채 조달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OECD는 코로나19 장기화 등 리스크가 보다 구체화될 경우 전 세계적인 정책 공조가 요구된다고도 덧붙였다.
2021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완화될 것을 전제, 세계 성장률이 3.3%까지 회복될 것으로 OECD는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3.0%)에서 올려잡은 것이다. 한국은 2.3%, 중국은 6.4%, 미국은 21%, 유로존은 1.2% 각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는 한국 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조정 폭이 세계 평균보다 크지 않았던 것을 두고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그간 지속해 온 확장 재정 정책과 함께 지난달 28일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민생·경제 종합 대책의 효과까지 고려한 것 같다”고 전했다. G20 국가들 중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는 인도(5.1%), 중국(4.9%), 인도네시아(4.8%), 터키(2.7%)에 이어 5번째로 높다.
OECD의 경제전망 보고서는 매년 5월, 11월경 발표된다. 한국을 포함한 G20 국가들에 대해선 매년 3월과 9월에 중간 보고서를 추가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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