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어촌-뱃길로 가장 먼 섬… ‘바다 위 힐링명소’ 부푼 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4일 03시 00분


[水産혁신, 바다에서 미래를 연다]
동아일보-해양수산부 공동 기획

경기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 내 어촌체험마을 전경. 숙소 등 관광 인프라가 미비하고 갯벌 체험 등 체험 프로그램 위주여서 휴양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던 이 마을은 해양수산부 주도의 ‘어촌 뉴딜 300사업’을 통해 이르면 내년 말 
‘해양생태휴양마을’로 재탄생하게 된다. 백미리 어촌계 제공
경기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 내 어촌체험마을 전경. 숙소 등 관광 인프라가 미비하고 갯벌 체험 등 체험 프로그램 위주여서 휴양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던 이 마을은 해양수산부 주도의 ‘어촌 뉴딜 300사업’을 통해 이르면 내년 말 ‘해양생태휴양마을’로 재탄생하게 된다. 백미리 어촌계 제공
《국토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 이런 환경에서 바다는 자원의 보고이자 미래를 향한 기회다. 남다른 노력과 혁신으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어업, 양식, 유통, 수출 기업 등의 성공 사례를 통해 한국 수산업이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한다.》

화성시 백미리, ‘해양생태휴양마을’ 변신 눈앞

지난달 21일 찾은 경기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 내 어촌체험마을. 식당과 숙소, 주민 커뮤니티센터 등이 있는 2층 건물은 한눈에도 심각하게 낡아 있었다. 1층 커뮤니티센터 벽 곳곳에선 곰팡이도 눈에 띄었다. 지하실 바닥엔 물이 흥건했다. 이창미 백미리 어촌 뉴딜 사무국장은 “빗물이 들이닥치는 등 누수 문제가 심각하다”며 “노후화에 따른 각종 문제가 발생해 2년 전 건물 2층 숙소를 폐쇄했다”고 전했다.

백미리 어촌계가 운영하는 이 건물은 1996년 정부 주도 어촌종합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됐다. 2009년 백미리에는 갯벌 체험, 망둑어(망둥어) 낚시 등을 할 수 있는 어촌체험마을이 조성됐다. 건물은 숙소, 식당은 물론 해양 생태 교육장 등 다목적 용도로 활용됐다. 5∼11월을 중심으로 연간 15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할 정도로 이 마을은 관광 명소가 됐다.

그러나 깨끗한 숙소 같은 관광 인프라가 부족한 점, 체험 외에 별다른 프로그램이 없는 점 등이 마을의 약점으로 남아 있다. 관광객 상당수가 조개 캐기 등 체험 프로그램만 마치고는 마을에 머물지 않고 돌아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행히 백미리는 2018년 말 이런 단점을 떨쳐낼 기회를 얻었다. 해양수산부가 진행 중인 ‘어촌 뉴딜 300사업’의 2019년 대상지로 선정된 것. 해양수산부는 낙후된 선착장 등 어촌 필수기반시설을 현대화해 해양관광을 활성화하고 어촌의 성장을 견인한다는 취지 아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70곳을 비롯해 올해 120곳이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2022년까지 총 300곳을 선정하는 한편 이 사업에 국비 2조1000억 원을 포함해 총 3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사업을 통해 백미리는 내년 말 ‘해양생태휴양마을’로 재탄생한다. 우선 문제의 2층 건물 리모델링 공사가 이달 중순 시작된다. 숙소는 최근 트렌드에 맞게 인테리어를 개선할 계획이다. 마을 1층엔 관광객들이 캔 조개나 굴 등 수산물을 직접 요리하거나 주민들이 요리해 파는 체험장이 조성된다.

마을 내 공터엔 주민들이 벼룩시장을 열거나 물놀이 시설, 공연 무대, 바다 조망 선베드를 설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도 조성된다. 지난해 말 이 공터와 해안 사이에서 바다 조망권을 훼손하던 군 철책이 철거돼 공터 활용도는 높아졌다.

갯벌과 주변 섬을 돌아볼 수 있는 3∼4km 구간의 해양 생태 트레킹 코스도 조성된다. 마을 주민들이 바다해설사로 활약하며 관광객들을 안내할 예정이다. 이외에 마을 문화 체험 및 자연 생태 트레킹 코스, 염전 체험장 등도 만들어진다. 백미리 어촌계는 백미리가 해양생태휴양마을로 재탄생하면 외국인 관광객도 이 마을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백미리는 차로 1시간 10분 남짓 걸린다.

김호연 백미리 어촌계장은 “백미리를 관광객들이 최소 2, 3일 이상 머물며 조용히 쉬었다 가는 힐링마을로 만들고 싶다”며 “주민과 관광객이 소통하며 상생하는 명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신안군 만재도, 내년 운항시간 6시간→2시간 단축

만재도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작은 배(오른쪽)에서 여객선으로 갈아타고 있다. 만재도에 여객선 접안시설이 없어 여객선이 들어오지 
못하는 탓이다. ‘만재항 어촌 뉴딜 300사업’에 따라 올해 말 여객선 접안시설이 완공되면 이런 불편함을 더는 겪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신안군 제공
만재도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작은 배(오른쪽)에서 여객선으로 갈아타고 있다. 만재도에 여객선 접안시설이 없어 여객선이 들어오지 못하는 탓이다. ‘만재항 어촌 뉴딜 300사업’에 따라 올해 말 여객선 접안시설이 완공되면 이런 불편함을 더는 겪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신안군 제공
전남 신안군의 숨겨진 섬 만재도는 2015년 갑자기 유명해졌다. 한 케이블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 ‘어촌편’ 촬영지로 등장한 것. 인구 10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섬의 인지도는 급상승했다. 낚시객 등 관광객이 늘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이는 관광객 증가로 이어지지 못했다. 접근성이 나쁜 탓이었다. 신안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만재도를 찾은 공식 집계 관광객 수는 467명. 신안군 관계자는 “진도에서 낚시 어선을 타고 만재도로 들어오는 비공식 관광객을 포함하더라도 연간 수백 명 수준에 불과하다”며 “접근성이 워낙 나빠 방송 효과를 보려야 볼 수 없었다”고 했다.

현재 전남 목포여객터미널에서 쾌속 여객선을 타면 만재도까지 꼬박 6시간 20분이 걸린다. 목포에서 비금도, 흑산도, 상태도, 하태도, 가거도 등을 경유한 뒤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섬이어서다. 당시 프로그램도 만재도를 “대한민국에서 뱃길로 가장 먼 섬”이라고 소개했다.

게다가 만재도엔 300t급 여객선이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이 때문에 주민과 관광객은 만재항 인근 해상에서 종선(從船·큰 배에 딸린 작은 배)으로 갈아타는 불편함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고현진 만재도 어촌계장은 “파고가 2∼3m만 돼도 종선 운행이 불가능해 여객선이 들어올 수 없다”며 “6시간이면 해외에 가고도 남을 시간인데 누가 이 먼 곳까지 오겠느냐”고 했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주민과 관광객은 이런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수산부 주도의 ‘어촌 뉴딜 300사업’에 따라 만재도에도 여객선 접안시설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작된 ‘만재항 어촌 뉴딜 300사업’에 따라 현재 만재도에선 길이 40m의 여객선 접안시설을 건설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접안시설이 생기면 올 초부터 신설된 목포∼가거도 직항 노선 여객선이 만재도에도 입도할 예정이다. 이 경우 6시간 20분이던 만재도까지의 소요 시간이 2시간대로 크게 줄어든다.

이와 별도로 경사식 선착장 건설도 진행 중이다. 그간 만재도에는 경사식 선착장이 없어 주민 생필품을 대량으로 실은 철부선(鐵艀船·다른 배에 끌려 다니는 철로 만든 짐배)이 만조 때 외엔 입도할 수 없었다. 고령의 주민들은 여객선을 타고 목포나 흑산도까지 나가 생필품을 개별 구매해야 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물때가 맞지 않으면 철부선이 일주일에 한 번도 들어오지 못해 주민 불편이 컸다”며 “경사식 선착장이 생기면 물때와 상관없이 철부선이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경사식 선착장과 여객선 접안시설 건설을 포함해 산책로 정비 등 만재항 어촌 뉴딜 300사업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77억3600만 원. 내년까지 모든 사업이 완료되면 주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이고 관광객 안전 및 접근성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면서 관광객 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의 관광 수입 창출도 기대된다. 고현진 어촌계장은 “동네 어르신들이 아플 때 참지 않고 목포 등 육지로 나가 병원을 더 자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등 복지도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 어촌 뉴딜 300사업 ::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게 300여 개 어촌·어항을 현대화해 해양관광을 활성화하고 어촌 재생과 혁신 성장을 견인하는 해양수산부 주도의 범정부 사업.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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