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찾은 경기 이천시의 ‘시몬스 팩토리움(Factorium)’. 침대 브랜드 시몬스의 자체 생산 시스템과 수면연구 연구개발(R&D)센터가 위치한 이 공장엔 직원 70여 명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무거운 매트리스를 자유자재로 돌리며 1mm의 오차와 1도의 경도 차를 가려내는 이들에게서 ‘명품’을 다루는 장인의 숨결이 느껴졌다. 1925년 미국 시몬스가 세계 최초로 특허 취득한 ‘포켓스프링’에 독자적인 기술을 덧입힌 침대를 만드는 한국 시몬스 직원들은 숙련도 측면에서 미국도 인정하는 ‘침대 장인’들이다. 생산 과정 일부는 자동화됐지만 프리미엄 침대 하나를 완성하는 데는 여전히 정교하고 숙련된 수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매트리스 생산 공정의 약 60%가 수작업
매트리스 생산 공정에서 수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0%에 달한다. 이처럼 시몬스가 수공정을 중시하는 까닭은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브랜드 특성상 생산 효율보다는 최상의 품질 유지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포켓스프링 생산을 위한 기계 세팅부터 층층의 내장재를 쌓는 레이어링, 마무리하는 봉합에 이르는 공정 구석구석에까지 사람의 손길이 미친다. 공정별로 장인 7∼10명이 근무 중이며 하나의 매트리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7명의 장인을 거쳐야 한다.
이에 더해 하나의 매트리스를 생산하려면 1936가지에 이르는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원자재 준비와 선정부터 실제 생산, 최종 검수에 이르기까지 곳곳이 ‘지뢰밭’이다. 김성준 시몬스 전략기획 상무는 “침대 생산은 각도 오차 하나 허용하지 않는 까다로운 작업이며, 사람의 손이 많이 간다”며 “시스템으로는 하루 최대 침대 1000개까지 생산할 수 있지만 직원들에게 무리가 가지 않도록 생산량을 600개 이하로 조절해 최대한 집중해서 고른 품질로 만들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 장인의 손길 닿은 포켓스프링으로 차별화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다 보니 한국 시몬스에는 최대 32년간 매트리스만 제작하며 ‘한 우물’을 파온 ‘포켓스프링 마스터’들이 포진해 있다. 150년 역사의 브랜드 시몬스가 자랑하는 포켓스프링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구현하는 데 빠질 수 없는 핵심 요소다. 포켓스프링이 개별 포장돼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옆 사람의 뒤척임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무게에 기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사용자마다 체형, 자세가 달라도 세밀하게 몸을 지지해준다. 생산을 총괄하는 권오진 상무는 “시몬스의 포켓스프링은 총길이 260mm의 경강선을 180mm로 30% 압축했으며, 회전수가 최대 10회에 달해 타사 대비 복원력과 탄력이 월등하다”며 “회사 안에서도 포켓스프링 설계 및 제조 공정 노하우는 대표를 포함해 단 3명만이 알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출시된 한국 시몬스 침대들은 포켓스프링을 기반으로 동양인 몸에 딱 맞는 침대로 발전시켜 온 연구의 산물이다. 연간 매트리스 개발과 생산에 사용된 경강선 길이만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인 38만 km에 달한다. 그리고 실제 시판용으로 나오는 포켓스프링은 5t의 힘을 가해도 끊어지지 않고, 100kg 무게로 8만 번을 두드려도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제품들이다. 또 장인들의 집념 덕분에 일반 포켓스프링 외에도 이중 지지력을 갖춘 더블-포켓스프링(2003년), 탄력을 극대화한 I-포켓스프링과 부드러움을 살린 S-포켓스프링(2013년), 안락감까지 더한 어드밴스드-포켓스프링(2014년) 등이 연이어 출시됐다.
○ 40여 가지 선택지로 ‘고객 맞춤형 상품’ 제공
시몬스는 이러한 5종의 포켓스프링을 인체의 하중 분포와 체형 굴곡에 따라 다르게 배치하는 ‘조닝(Zoning)’ 시스템을 바탕으로 40여 가지에 달하는 품목을 만들고 있다. 이 시스템은 침대를 5개의 존(Zone·영역)으로 구분한 다음 서로 다른 포켓스프링을 배치한다. 엉덩이는 부드럽게 받쳐주고, 허리와 허벅지는 강하게 지탱해주도록 각기 다른 종류를 조합하는 식이다. 이 배열에 따라 제품은 P(단단함), G(중간), W(부드러움)등급으로 나뉜다. 시몬스는 이처럼 선택지를 폭넓게 보장함으로써 기성품이지만 사실상 고객들이 원하는 탄력, 지지력, 형태 등을 만족시켜 주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구현했다. 사용자들은 이 조닝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신체와 수면 습관,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잘 맞는 침대를 선택할 수 있다.
아울러 50여 종의 내장재도 다양하게 배치해 눕는 순간 안락함에 차이를 뒀다. 같은 P, G, W등급의 제품이라도 진동률, 단단함, 친환경, 터치감 등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매트리스 하나에 적게는 5가지에서 10가지의 내장재가 들어가며 그 조합은 제품마다 다르다. 가령 시몬스의 인기 모델인 ‘켈리’는 약 10가지 레이어로 구성돼 있다. 특히 시몬스 최상위 컬렉션인 ‘뷰티레스트 블랙’은 어드밴스드-포켓스프링과 최고급 레이어들이 사용됐다. 삼중 나선 구조의 하이카본 스프링 강선으로 만든 이 포켓스프링은 0.0001m/s²의 움직임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해 섬세한 지지력을 구현하고 최상의 숙면을 돕는다.
기능만 다양한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격 스펙트럼도 넓다. 1870년부터 150년간 침대 보급에 앞장서 온 시몬스 브랜드의 유산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프리미엄 제품부터 진입 장벽이 낮은 가성비 제품까지 다양한 선택의 폭을 보장하겠다는 설명이다. 김 상무는 “시몬스가 비싸다는 인식이 있지만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은 300만∼400만 원대이고, 100만 원 이하의 제품도 있다”며 “올해는 브랜드 창립 150주년을 기념해 최고급 원자재와 클래식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1870 리미티드 에디션’ 모델의 가격을 낮춰 1870개만 한정 판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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