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성공 방식을 모두 버리겠다. 국내 오프라인 점포 200개를 철수하고, 호텔 객실은 현재 2배 수준인 3만 개로 늘리겠다. 일본 화학 기업 인수도 검토 중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이례적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말 대규모 인사와 올 초 밸류크리에이션미팅(옛 사장단회의·VCM) 등에서 잇달아 ‘혁신’을 강조한 데 이어 중장기 목표를 직접 공식화한 것이다.
롯데지주 대표이자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인 신 회장은 5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점포에서의 성공 방식을 모두 버리겠다”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국내 점포 중 200개를 폐점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롯데 점포는 총 718개(백화점 51개, 마트 124개, 슈퍼 412개, 롭스 131개)로, 신 회장은 3∼5년 내 업태별로 20%가량의 점포를 없애고, 백화점은 5개 점을 정리하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그 대신 온라인 사업에 방점을 두겠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 사업을 일원화하고 모든 제품을 가까운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제품 체험에 특화된 오프라인 매장과 구매 편의성이 높은 온라인몰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온라인으로 받은 주문을 5km 이내에서는 1시간 내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3월 말 도입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3월 말 목표로 그룹 계열사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의 본격 론칭을 준비 중이다.
이커머스 경쟁사인 쿠팡에 대해선 “매년 1000억 엔(약 1조1000억 원) 이상 적자를 내도 주주로부터 보전만 받는 기업과는 경쟁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지난 연말 임원 인사에서 대거 세대교체를 한 것에 대해 “말로는 디지털화를 외치면서 점포 운영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 회장은 ‘글로벌 롯데’ 계획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있어서 과거 20년간 개발도상국에 뒀던 해외사업의 중심을 선진국으로 옮기려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 롯데케미칼 공장을 세운 데 이어 일본에서도 기술력이 뛰어난 석유화학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일본 히타치 케미칼 인수가 성사되지 않았으나 유력한 기술을 가진 회사가 많아 기회를 찾고 있다”고 했다.
신 회장은 호텔 사업의 글로벌화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신 회장은 “호텔 부문에선 M&A를 포함해 향후 5년간 현재의 2배인 전 세계 3만 객실 체제로 확충하겠다”면서 “영국과 일본에서도 호텔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타격을 입은 중국 사업은 완전히 철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 등 중국 소비재 사업은 어려워졌다”며 “아직 영업 중인 백화점 2곳도 매각할 것이다. 당분간 재진출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롯데의 일본 증시 상장 계획에 대해서는 “내년 3월을 목표로 했는데 코로나19 등 경제 정세를 감안해 반년에서 1년가량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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