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전염병 진정되면 자연재해보다 빠른 속도로 경제 회복”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8일 12시 52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6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다. 2020.3.6/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6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다. 2020.3.6/뉴스1 © News1
한국은행은 과거 사스, 메르스 사례에서 전염병 확산이 진정되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됐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지진 등 자연재해의 경우 상대적으로 회복속도가 더뎠다.

사망자가 약 5000만명에 달했던 스페인독감(1918~1919년) 등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면 전염병으로 인한 인적·물적 손실보다 불안 및 경제심리 위축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경우가 많았다. 인적·물적 피해복구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자연재해보다 전염병이 발생한 경우의 경제 회복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전염병과 자연재해 모두 정부의 재정지원이 뒷받침되면 경제회복 속도가 더 빨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 거시재정팀과 국제종합팀은 8일 ‘해외경제 포커스:주요 전염병과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2000년 이후 최근까지 발생했던 주요 전염병과 자연재해 사례를 중심으로 전개과정, 경제적 영향 및 회복양상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살펴본 결과 전염병의 경우 확산세가 진정되면 빠른 속도로 (경제가)회복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 중국에서 사스(SARS)가 확산됐을 당시 중국 경제는 불안심리 고조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공급 측면에서 물적자본의 손실은 없었으나 외국인 투자기업을 중심으로 조업중단이 일부 발생하면서 제조업 생산이 일시적으로 소폭 감소했다.

사스 발생 직후인 2003년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9.1%로 직전분기였던 1분기의 11.1%보다 2.0%p 하락했다. 이는 여행·숙박·운수 등 서비스 업황 둔화에 주로 기인했다. 그러나 사스 상황이 일부 개선되자 3분기 성장률은 10.0%로 빠르게 회복됐다.

한은 연구팀은 한국과 대만에서도 생산 감소보다 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관광객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사스가 진정된지 약 1분기(3개월) 만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메르스가 확산됐을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치사율 등에 따른 불안심리 고조로 경제심리가 위축되면서 관광산업 등 서비스업과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확대됐다. 반면 공장가동 중단 등에 따른 생산차질 또는 주변국 확산에 따른 파급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이 때도 1분기 만에 이전 경제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전염병의 경제적 영향은 확산 정도, 지속기간, 치사율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과거 사스와 메르스 사례에서는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주요 실물지표가 곧 반등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또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가 확산됐던 서아프리카의 사례를 들어 정부의 재정지원도 경제회복의 속도를 좌우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당시 미흡한 방역체계 등으로 에볼라바이러스 확산이 장기간 지속됐을 당시 서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 기니와 시에라리온은 상대적으로 많은 재정지출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렸으나, 라이베리아는 원자재 수출 위주의 취약한 경제기반, 재정여력 부족 등으로 전염병 확산이 종료된 이후에도 상당기간 성장세가 미약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재정지출은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지표 악화를 개선시키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난 2005년 미국에서 카트리나가 발생했을 당시 대규모 이재민 발생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멕시코만 연안의 석유시설이 일부 파괴되면서 석유·천연가스의 생산 및 운송에도 차질이 발생했다”며 “미국 정부가 재해복구를 위해 재정을 확대하면서 경제적 충격의 강도가 완화되고 회복기간도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반면 “동일본대지진 사례와 같이 직·간접적인 피해범위가 넓고 피해복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거나, 남아시아 지진해일 당시 피해국들처럼 경제여건이 취약해 피해복구가 지연될 경우 회복에 상당기간이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동일본대지진 피해복구를 위한 법률과 관련 부처가 만들어지는데 각각 3개월, 1년이 소요됐다”고 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의 경우 전염병과 자연재해에 대한 전반적인 위험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나, 기후변화 등으로 발생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재난대응시스템 등 관련 인프라 구축 및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핵심 부품·소재에 대한 국산화 및 거래선 다변화 등을 통해 주요 교역상대국의 재난으로 인한 중간재 수급 차질 등 공급망 훼손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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