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공포 확산에…국제유가·글로벌 증시도 폭락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9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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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테믹(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국제유가 폭락 쇼크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증시가 4% 넘게 추락하며 주저앉았다. 외국인 투자자는 단 하루 만에 사상 최대인 1조3000억 원 넘게 주식을 내던졌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 코로나19의 영향이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고 유가 추가 하락 위험도 있어 당분간 바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가 하락 끝 안보여” 아시아 증시 폭락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19% 떨어진 1,954.7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4% 넘게 떨어진 것은 2018년 10월 11일(-4.44%)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1조3122억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도이치증권 옵션쇼크로 외국인이 1조3099억 원을 순매도한 2010년 11월 11일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코스닥지수는 4.38% 떨어진 614.60으로 마감했다. 국내증시의 두 대장주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는 4.07% 하락한 5만4200원으로 장을 마쳤고, SK하이닉스도 6.16% 폭락해 8만6900원까지 곤두박질 쳤다.

아시아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던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5.05% 하락하며 19,698.76에 거래를 마쳤다. 닛케이평균주가가 2만 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월 7일 이후 1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일본은 이날 내각부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보다 1.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심리를 더 끌어내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9원 오르며 달러당 120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식 등 위험자산은 약세를 보인 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달러화와 국채, 일본 엔화, 금 등은 강세를 보였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4월물 가격은 장중 온스 당 1702.40달러까지 올랐다. 금 선물 4월물 가격이 온스 당 1700달러를 넘긴 건 2012년 이후 8년 만이다.

●국제유가 폭락 가능성에 불안감 고조

이날 증시에 유독 충격이 컸던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세에 국제 원유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겹쳤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플러스에서 감산 합의에 실패하자 러시아를 겨냥해 대규모 증산을 예고했다. 원유 생산량을 하루 약 970만 배럴에서 1000만 배럴로 늘리고 상황에 따라 1200만 배럴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 뉴욕 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일(현지시간) 한 때 30% 넘게 하락해 배럴당 28.54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향후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2015년~2016년 당시에는 저유가로 인해 수많은 미국 셰일가스 기업들과 이에 투자한 글로벌 기업들이 자산을 매각해 적자를 메우거나 결국 파산했다.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경기 상황이 당시보다 더 나쁘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제 원유 시장을 비롯해 세계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안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가뜩이나 약해진 증시가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이은 유가 급락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돈 양상을 보여줬다”며 “유가를 둘러싼 치킨게임은 글로벌 신용 위험을 높이고 금융시장에도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올해 상반기(1~6월) 세계 경제 둔화는 불가피하다. 코로나19 확산이 멈추고, 각국이 내놓는 정책들이 효과를 내놓기 시작해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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