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병원들 출입금지시켜 문자-이메일 등 온라인 영업 한계
상황 변했는데 실적 압박은 여전
“실적 압박은 그대로인데, 미팅 잡기만 어려워졌죠. 딱히 대안도 없습니다.”
9일 재택근무 지침을 받은 제약사 영업직원 A 씨는 집에서 영업 문자를 돌리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온라인 카탈로그를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서 보내거나, 안면을 튼 병의원엔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것으로 영업을 대신하고 있다. 최근 대부분의 병의원들이 영업사원들의 출입을 금지하면서 A 씨는 신규 영업망을 넓히는 데 제약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주로 고객 얼굴을 마주보는 영업직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은 영업 활동을 주로 해온 회사 입장에서도 실적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영업직들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업 방식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의약품 영업은 병의원을 찾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말부턴 규모가 큰 대형병원뿐만 아니라 소규모 개원의부터 약국에 이르기까지 방문 자제를 요청하면서 문자나 이메일 등 온라인 영업으로 돌아섰다.
글로벌 제약사뿐만 아니라 GC녹십자나 한미약품 등 국내 주요 제약사들도 딱히 대안이 없자 영업사원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일부 영업사원들은 지침이 모호하다며 불만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제약사 영업사원 B 씨는 “영업 방식은 바꾸라고 하면서 특별히 이에 대한 교육이나 지원이 마련되지 않고, 결국 각자 알아서 하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영상 등 다양한 자료를 병의원에 송부할 것을 요구받지만, 정작 이에 대한 교육이나 지원 체계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영업사원들은 “회사가 재택근무 지침만 내려놓은 것으로, 사실상 몰래 병원에 가서 영업을 하라는 의미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제약사들도 고충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병원을 찾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실적 하락이 뻔한데, 갑작스럽게 바뀐 영업 환경에 대응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중소 제약업체로 갈수록 영업 의존도가 높고, 타격도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