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모터쇼 해외 3곳만 참가, 국내 완성차 위주 집안잔치 될듯
해외 유명 모터쇼도 예전만 못해… 미래차 기술 IT전시회는 성황
“콘텐츠 차별화가 생존 가를것”
2018년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8 부산국제모터쇼’ 모습. 동아일보 DB
5월 28일 개막하는 ‘2020 부산국제모터쇼’가 우려한 대로 국내 완성차 위주의 ‘집안 잔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최 측인 부산시가 이미 불참 의사를 밝힌 메르세데스벤츠 측에 참여를 재차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신차 전시 중심의 기존 모터쇼 구성을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부산국제모터쇼를 담당하는 부산시 관계자들이 지난달 25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경영진 등에게 부산모터쇼 불참을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날 회의는 당초 벤츠코리아의 서울 본사를 시 관계자들이 방문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영상통화로 대체됐다. 이 자리에서 벤츠 측은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앞으로 있을 국내 모터쇼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부산시 측에 따르면 벤츠 관계자는 회의에서 “불참 번복은 불가능하며, 모터쇼 참가는 막대한 투자 대비 효율성이 낮다고 판단해 더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연간 홍보예산을 고려했을 때 11일간 열리는 모터쇼에 40억 원을 쓰는 건 부담스럽다는 뜻을 완곡히 표현한 것이다. 부산시 측이 동남권 지역의 영향력과 기대효과를 설명하며 “시민들이 벤츠의 불참에 실망하고 있다”고 했지만 벤츠의 결정을 되돌리진 못했다. 벤츠는 지난달 초 ‘독일 본사의 방침’이라며 부산모터쇼 불참을 통보한 바 있다. 벤츠의 부산모터쇼 불참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 예산 절감이 이유였던 2010년에 이어 2번째다.
2018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자사의 차량 역사를 주제로 내부를 꾸민 메르세데스벤츠의 전시관. 동아일보 DB 올해 부산모터쇼는 도요타, 아우디 등도 참여하지 않기로 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산차 업체 중심으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산은 뉴5시리즈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BMW를 비롯해 BMW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 캐딜락 등 3개 브랜드뿐이다. 업계에서는 벤츠의 불참 결정은 예견됐던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을 끝으로 100만 명을 넘지 못한 관람객 수는 2016년 66만 명, 2018년 62만 명으로 감소세다. 관람객의 70%가 부산울산경남 지역 주민들로 채워졌다. 서울모터쇼 또한 지난해 63만 명을 모으며 직전보다 2만 명 늘리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모터쇼에도 아우디, 폭스바겐, 마세라티 등이 불참해 해외 브랜드들이 국내 모터쇼에서 이탈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도 1991년 관람객 200만 명을 넘기기도 했던 일본 도쿄모터쇼가 지난해 130만 명에 그쳤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도요타 롤스로이스 볼보 푸조 등이 불참하면서 두 행사 모두 자국 완성차 업체 중심의 행사가 됐다. 그 대신 완성차 업계는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에서 자율주행, 센서 등 미래 자동차 기술을 선보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벤츠 측도 부산시에 “전통적인 모터쇼는 불참하지만 CES 같은 미래 지향적 행사는 참가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부산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전시 중심의 모터쇼는 점차 완성차 업체들에 홍보 효과가 없는 행사로 인식되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선 볼 수 없는 콘텐츠들을 융합해 차별화하는 것이 모터쇼의 생존을 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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