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 세계가 경기 둔화 우려에 빠져들고 있다. 증시는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고 있고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칠 나쁜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2월 말 발표된 D램 가격은 1월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Gb(기가비트)의 고정 거래 가격은 1월과 2월 각각 전월 대비 1.07%, 1.41% 올랐다. 2018년 하반기부터 약해지기 시작한 메모리반도체 수요와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회복의 기미를 보였다. 그리고 올해 들어 일부 제품의 가격 반등이 시작되며 반도체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된 것이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반도체 구매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 업체들은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미중 무역분쟁 등에 대한 우려에 투자를 줄였다. 하지만 개인과 기업의 데이터 창출과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와 여기에 필요한 서버에 대한 수요도 확대됐다.
물론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투자가 언제까지 얼마나 강세를 유지할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투자 사이클은 2018년 상반기 후 갑자기 중단된 전례가 있다.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반도체 구매가 급속히 줄자 메모리 가격은 추락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도 가파르게 둔화됐다.
그래서 이번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을 대하는 공급업체들의 태도는 과거와 달라졌다. 당장 수요가 늘고 가격이 상승한다고 이전처럼 공급을 경쟁적으로 증가시키는 움직임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수요 전망을 믿었다가 크게 낭패를 본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공급 증가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사이클 회복의 초기인 만큼 기업들의 움직임이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D램 분야에서는 설비 투자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지만 결국 전염병 확산은 진정되고 사람들의 삶도 정상화될 것이다. 여기에 반도체 산업은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한국 경제에서 드물게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종목이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투자가들의 관심도 지속될 것이다. 모두가 투자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시기지만 반도체 산업을 들여다보면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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