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생겼으니 연차 쓰세요”… 회사가 강제할 순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0일 03시 00분


‘코로나19’ 휴가-재택근무 Q&A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경영난에 처한 기업이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나 권고사직을 강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경영난에 처한 기업이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나 권고사직을 강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항공사 외주업체 직원 A 씨는 최근 무급휴가와 권고사직 중 한 가지를 택하라는 회사의 통보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항공편 운항 횟수가 크게 줄어들자 회사가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이다. 회사는 수하물 정리를 담당하는 직원을 포함해 인력의 절반가량을 줄일 방침이다. A 씨는 “회사가 사태가 진정되면 복직시켜 주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믿을 수 없다”며 불안해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회사가 늘고 있다. 직원에게 무급휴가를 강요하거나 연차휴가를 먼저 쓰라고 종용하는 경우다. 사업장도 휴업이나 휴가, 재택근무를 어떻게 시행할지 혼란스럽다. 이와 관련된 궁금증을 Q&A로 알아봤다.



―회사에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해 휴업을 하게 됐다.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하나.

“아니다. 근로자 중에 확진자, 유증상자, 접촉자 등이 발생해 소독을 위한 휴업을 했다면 사업주의 귀책사유로 볼 수 없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회사가 자체적으로 휴업했다면….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사업주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한 휴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시하지 않은 휴업이기 때문이다. 휴업수당은 최소 평균임금의 70%다. 이 금액이 통상임금을 초과하면 통상임금을 지급하면 된다.”

―사업주가 부품 공급 중단이나 매출 감소로 휴업을 결정한 경우에도 휴업수당을 지급하나.

“중국 공장이 문을 닫아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제조업체, 예약이 급감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행사나 숙박업체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휴업수당을 지급한다. 경영 악화로 감원이 불가피한데도 직원을 줄이지 않고 휴업이나 유급휴직 등의 고용 유지 조치를 한 사업주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98만 원의 인건비가 지원된다.”

―코로나19 때문에 매출이 줄었다는 이유로 임금을 삭감한다는데….


“그럴 수 없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임금 등 근로조건을 바꾸거나 이를 강요할 수 없다.”

―매출 감소를 이유로 사용자가 무급휴직을 실시할 수 있나.


“근로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급휴직을 강요할 수는 없다. 일방적인 무급휴직을 실시한다면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무급휴직이 가능한 경우는….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조건은 고용 조정이 불가피할 정도의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가 발생했을 때다. 사용자가 해고를 피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노사 합의를 통해 무급휴직을 실시할 수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권고사직을 종용한다던데.


“근로자에게 권고사직을 강제할 수는 없다. 회사의 권고사직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근로자를 해고했을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할 수 있다.”

―연차휴가를 쓰려는데 회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비상 상황을 이유로 연차를 반려할 수 있나.


“원칙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연차휴가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줘야 한다. 단,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휴가 청구자의 업무 성격, 같은 시기 휴가 청구자 수 등이 고려 대상이다.”

―회사에 확진자가 생겨 이틀 동안 폐쇄 조치가 내려졌다. 이 시기에 연차 휴가를 쓰도록 강제할 수 있나.


“연차휴가를 근로자 의지와 무관하게 강제로 쓰게 할 수는 없다. 방역 당국의 강제 조치가 아니라 사업자가 추가 감염 예방 등의 이유로 임의로 휴업했다면 귀책사유가 사업자에게 있어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회사에서 희망자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하면서 특정 부서에는 출근을 강요하는데….


“회사의 배려 차원에서 재택근무를 하도록 공지했다면 출근이 필요한 부서의 재택근무를 제한하는 것을 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 단, 재택근무 관련 내용이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명시돼 있다면 이를 준수해야 한다.”

―자녀 개학이 연기돼 ‘가족돌봄휴가’를 썼는데, 무급휴가라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
.

“회사에서 무급휴가를 받은 경우에는 정부의 가족돌봄비용을 받을 수 있다.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하고 난 뒤 근로자가 직접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근로자 1인당 하루 5만 원씩 최대 5일간 받을 수 있다. 외벌이 근로자는 최대 5일 치(25만 원), 맞벌이 부부는 최대 10일 치(50만 원)까지 돌봄비용이 지원된다. 한부모 가정은 10일 동안 가족돌봄휴가를 쓸 수 있고, 10일분의 돌봄비용을 받는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코로나19#휴업#휴가#재택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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