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2년만에 거래 일시정지 발동… 伊-英-獨-佛 7∼10% 일제 하락
코스피 4.2%, 닛케이 5% 빠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와 국제유가 급락 충격으로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휩싸였다. 9일 가장 먼저 문을 연 한국 등 아시아 증시가 크게 내린 데 이어 유럽과 미국 증시도 대폭락 장세를 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가 연출됐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5.45포인트(―4.19%) 하락한 1,954.77로 거래를 마쳤다. 하루 동안 시가총액 57조5000억 원이 증발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1조3125억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투자가의 일일 순매도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다.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채권 금리는 급락(채권값 급등)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0.998%까지 내려갔다. 3년물 금리가 0%대로 떨어진 건 사상 처음이다. KRX 금시장에서 금 현물 1g당 가격은 장중에 6만5400원까지 올라 역대 최고가(장중 기준)를 갈아 치웠다. 원-달러 환율은 11.9원(1.0%) 상승한 1204.2원으로 다시 1200원대로 올라섰다(원화 가치 하락).
일본 증시도 폭락했다. 이날 닛케이평균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07% 하락한 19,698.76엔으로 마감했다. 2016년 11월 9일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중국, 홍콩 주가도 3∼4%대 하락률을 보였다.
유럽 증시도 10일 오전 0시 30분(한국 시간) 현재 영국과 독일, 프랑스가 7% 안팎, 이탈리아는 10%가량 폭락했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이탈리아에선 이날 장중 한때 11% 이상 주가가 빠졌다. 미국 증시도 개장 직후 7% 이상 급락하며 15분간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정지)가 발동됐다. 미국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거래 재개 이후에도 6% 안팎의 폭락세를 보였다.
주말 사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유럽과 미국에서도 크게 늘어나면서 글로벌 팬데믹(대유행)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러시아와의 감산 합의에 실패한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오히려 대규모 증산을 예고하자 국제유가가 장중 30% 넘게 곤두박질쳤고 이에 금융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유가 폭락은 실물경제 하강의 신호로 작용하는 데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큰 불안 요인이 된다.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9일 환매조건부채권 거래 한도를 늘리는 등 유동성 공급책을 긴급 발표했다.
한국 금융당국도 이르면 10일 주가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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