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자금조달 계획까지…냉각기 접어든 주택시장

  • 뉴시스
  • 입력 2020년 3월 12일 0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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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난달 주택거래 3235건…전달 대비 44% 감소
3억 이상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화
매수세 위축…비규제지역 6억 이하 매물 거래 비중↑

앞으로 투기과열지구뿐만 아니라 조정대상지역에서 3억원 이상 주택을 매매할 때도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되면서 주택시장이 더욱 움츠러들 전망이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관망세가 짙어진 주택시장에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화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매수세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신학기 이사 수요와 결혼 증가 등 계절적 성수기인 봄철인데도, 서울 주택시장의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2월 아파트 거래량이 3235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5806건보다 44% 감소한 수치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강남3구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해 11월 1771건에서 12월 1150건으로 줄더니 올해 1월에는 396건으로 줄었다. 2월은 이보다 적은 225건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마용성 지역의 2월 아파트 매매 건수는 199건으로, 지난해 11월(1285건) 대비 약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도 지난해 12월 1만923건에서 올해 2월 6131건으로 43.8%나 감소했다.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화 확대로 주택시장의 거래 절벽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부터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안양과 의왕, 수원 등 조정대상 지역에서 3억원 이상 집을 살 때는 반드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된다. 비규제지역에서 6억원이 넘는 주택을 거래할 때도 마찬가지다.

또 투기과열지구에서는 9억원이 넘는 주택을 매매하면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명서류까지 제출해야 된다. 예금잔액 증명서, 소득금액 증명원 등 15종 이상의 증빙자료를 첨부해야 한다. 자금조달계획서 항목도 구체화됐다. 증여와 상속을 누구에게 받았는지는, 주택대금을 어떻게 낼 것인지도 꼼꼼하게 기록해야 한다. 자금조달계획서나 증빙자료가 조작이나 허위일 경우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정부는 주택 매입에 쓰이는 자금 흐름 조사를 강화해 편법 증여 등 이상 거래와 투기 세력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주택시장에선 강화된 자금조달계획서 의무화의 실제 효과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투기세력 차단으로 가격 조정기를 거친 뒤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과 단기적으로 규제지역의 투기세력 차단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다만, 자금조달계획서 의무화가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가 다름없는 만큼 당분간 매수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대출 강화와 보유세 인상 등 다른 규제 정책과 맞물리면서 거래 절벽을 넘어 부동산 냉각기에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자금조달계획서 의무화 확대로 주택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자금조달계획서 의무화로 증빙서류가 없는 상태에서 부동산 거래가 쉽지 않은 만큼 불법이나 투기적 거래가 줄어들 것”이라며 “주택 거래 자체가 까다로워지면서 주택 거래 총량 자체가 줄어드는 등 주택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출 제한과 보유세 강화 등 다양한 규제 대책들과 자금조달계획서 의무화가 맞물려 있다”며 “주택시장의 전체적인 거래량이 줄겠지만, 비규제지역 내 6억원 이하 매물들의 거래 비중은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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