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 망했다”… 특급호텔도 객실점유율 10%대로 추락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2일 17시 31분


사진은 지난 2017년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캐리어를 끌고 가는 모습 © News1
사진은 지난 2017년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캐리어를 끌고 가는 모습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평균 60~70%였던 서울 주요 특급호텔의 객실점유율이 지난달 30%대로 떨어진 데 이어 이달엔 10%대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외국인 방문이 급감한 탓이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4성급 이하 호텔에선 영업 중단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2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의 한 특급호텔은 이달 하루 평균 객실점유율이 10%대까지 떨어지자 직원 무급 휴직의 확대를 검토하고 나섰다. 평소 손익분기점으로 여기는 객실점유율은 60%대인데,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인건비 지급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중구 소재의 또 다른 특급호텔도 객실점유율이 지난달 30%대에 그친 데 이어 이번 달엔 예년 평균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1분기(1~3월) 영업은 사실상 망했다”면서 “코로나 사태가 진정돼도 관광 수요가 회복되려면 두 달은 걸리는 만큼 구조조정 등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업계는 급한 대로 일부 식음 사업장 운영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판매관리비를 줄이고 있다. 호텔롯데는 잠실 롯데호텔월드점 뷔페 라세느의 평일(월~목) 영업을 중단했고, 신세계조선호텔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뷔페 아리아를 주말에만 영업한다. 그랜드하얏트서울의 테라스는 아예 영업을 중단했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4성급 이하 호텔에선 모든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호텔예약사이트 트립닷컴에 따르면 2월 1일부터 3월 10일까지 국내 호텔 가운데 숙박 상품 판매를 중단한 호텔은 100여 곳에 달한다. 주로 외국인 이용 비율이 높은 3, 4성급 호텔이다. 크라운파크호텔서울, 라마다 앙코르 서울 동대문, 베니키아 프리미어 호텔 동대문, 여의도 호텔 등이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며 겨자 먹기로 매우 싼값에 숙박 상품을 내놓는 곳도 많다. 비발디파크, 오션월드 등 전국 20여 곳에서 호텔 및 리조트를 운영하는 소노호텔앤리조트는 최근 주요 지점의 축소 운영 등을 공지하며 ‘1박+조식 포함’ 일부 상품 가격을 4만 원대 등 파격가에 판매 중이다. 객실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관리비라도 건지기 위해서 파격가에 상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은 폐업 신고할 경우 직원 고용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다시 호텔로 영업 허가를 받기 힘들다”면서 “폐업만은 피하기 위해 자구책을 찾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선 올해 호텔업계가 최소 20~30%대의 매출 하락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마저 상반기(1~6월) 중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것을 전제한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더 장기화되면 매출 하락 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유안타증권은 10일 보고서에서 호텔신라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 ―98%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금액으로 하면 매출액은 약 2200억 원, 영업이익은 800억 원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롯데호텔 측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면세점 사업을 병행하는 호텔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업계의 어려움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이 11일부터 영업을 무기한 중단한 데 이어 신라면세점 김포공항점도 영업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휴점하는 곳이 늘면 정규직 이외의 계약직이나 하도급 업체 직원들의 고용을 이어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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