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자격 확대 ‘신협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앞두고 양측 갈등
금융당국 “내부통제 약해 사고 우려”, 신협은 “농-수협과 형평성 맞춰야”
신용협동조합(신협)의 영업 범위를 넓히는 ‘신협법 개정안’의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찬반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신협 측은 영업권을 확장해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건전성 규제는 받지 않으면서 덩치만 늘렸다간 자칫 부실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금융당국과 신협에 따르면 신협의 공동유대(조합원 가입 자격과 영업구역) 범위를 확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신협법 개정안은 5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의 관문만을 남겨두고 있다.
현재 단위 신협의 공동유대 범위는 동일 시군구 내로 제한된다. 예컨대 서울 은평구 소재 신협은 인근 마포구에서 영업할 수 없다. 개정안은 이를 △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등 10개 광역권역으로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협 측은 교통 통신의 발달로 생활권이 광역화되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영업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또 영업구역이 넓은 농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다른 상호금융기관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신협 관계자는 “영업권 제한이 풀리면 여신이 늘어 경영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완화된 건전성 규제를 받는 신협이 영업권 확대를 통해 저축은행처럼 규모만 키우는 것은 위험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 7% 이상, 유동성 비율 100% 이상 등의 규제를 받지만 신협은 순자본비율 2% 이상의 규제만 있을 뿐 유동성 비율에 대한 제약은 없다.
현재 신협의 경영 상태도 타 금융권에 비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신협의 연체율은 지난해 9월 기준 3.22%로 지역농협(1.59%)이나 새마을금고(2.21%)와 비교해 높다. 내부 통제 기능도 약해 지난해에만 약 23건(61억 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영업권이 확대될 경우 수익성이 낮은 농어촌, 소상공인 등 서민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신협법상의 취지가 퇴색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개별 조합 간 과당경쟁으로 수익성이 좋은 지점은 덩치를 계속 키워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폐점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고객들의 예금을 보전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신협은 1997년 직후부터 총 5조 원가량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1조6000억 원 상당의 미회수 금액이 남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덩치를 키우기 앞서 경영 건전성과 내부 통제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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