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예식장 취소…위약금, 꼭 물어줘야 하나요?”

  • 뉴시스
  • 입력 2020년 3월 15일 07시 18분


감염병 확산에 결혼식 관련 분쟁 전년대비 7.4배↑
박민규 변호사 "천재지변이 아니라 위약금 내야"
"약관 불공정땐 무효…공정위에 심사 청구해야"
"소비자원 조정 신청도 방법"…녹음·문서 바람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려돼 4월 중순으로 예약해뒀던 결혼식을 미루려고 했더니, 예식장에서 대관료의 35%를 위약금으로 내야만 날짜를 바꿔줄 수 있다고 합니다. 그 금액이 수백만원에 이르는데, 이 위약금 전부 물어줘야 하나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결혼식 관련 소비자 분쟁이 부쩍 늘었다. 실제로 지난 1월20일부터 이달 8일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는 예식장 등 위약금 관련 소비자 상담이 1622건 접수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219건) 대비 7.4배나 많은 수치다.

소비자 보호를 주관하는 정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예식업중앙회와 협의해 절충안을 만들었다. “3~4월 결혼식의 연기를 희망하는 경우 이행 확인서를 작성하면 위약금 없이 3개월까지 연기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예식업중앙회가 회원 예식장에 ‘권고’하는 사안일 뿐이다. 예식장은 이를 받아들일 법적 의무가 없다. 그나마도 예식업중앙회 소속 예식장은 전국 900여 곳 중 400여 곳에 불과하다.

따라서 예식장과 관련한 소비자의 불편과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법률사무소 ‘안팍’의 박민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예식장 위약금과 관련된 법률상 기준을 질답 형식으로 짚어봤다.

-공정위 표준 약관에는 ‘천재지변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없으면 위약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정해 뒀다. 코로나19를 천재지변으로 볼 수 없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서는 천재지변과 사회재난을 구분하고 있다. 정부의 입장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천재지변이 아닌 사회재난에 해당한다’다. 따라서 공정위 표준 약관에 있는 천재지변에 따른 소비자의 면책 조항은 적용하기 어렵다.”

-예식장 이용 계약을 해제할 때 위약금 분쟁에 대한 기준이 존재하나.

“공정위 고시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그 기준이 있다. 소비자가 예식일 기준으로 29일 안에 계약 해제를 통보하면 계약금 환급 및 총 예식비의 35%를 배상하게 돼 있다. 이 35%가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소비자 배상 위약금의 최대치다. 그러나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은 소비자와 예식장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며, 법적 강제력이 없다. 따라서 예식장은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과 다른 위약금 기준을 정해 소비자에게 제시할 수 있다.”

-소비자는 예식장 이용 계약서상 위약금 조항을 무조건 따라야 하나.

“그렇다.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끼리 체결한 계약상 내용을 따라야 한다. 예식장이 정한 위약금 기준이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이나 표준 약관과 다르다고 해서 이미 체결한 예식장 이용 계약을 무효로 할 수는 없다. 다만 예식장 이용 계약은 약관에 해당하므로 약관규제법(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약관규제법상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 배상 의무를 부담케 하는 불공정한 약관 조항은 무효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가 그 불공정한 약관에 해당하나.

“대법원 판례를 보면 고객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 가지고는 불공정 약관이라고 할 수 없다. 특정 예식장의 약관이 불공정 약관에 해당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는 그 불이익의 내용, 불이익 발생의 개연성, 당사자 사이의 거래 과정에 미치는 영향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이해하기가 어렵다. 더 자세히 알려 달라.

“과거 이와 비슷한 사례에 대한 공정위의 불공정 약관 심사 결과를 보자. 공정위는 ‘소비자가 예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예약을 취소할 경우 그 비용을 100% 배상한다’는 약관 조항이 무효라고 심사한 바 있다. 예식이 임박한 일정 기간 안에 계약이 해제될 경우 예식장은 이를 대체할 고객을 찾지 못해 손실을 보게 되므로, 소비자는 이에 따른 손해 배상을 해야 하는 것은 맞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예식장의 피로연 음식 재료 준비가 예식일 며칠 전에 완료되는 점이나 예식장이 장소를 임대함으로써 얻는 기대 이익을 고려해도 이는 지나치게 과도한 손해 배상액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는 또 ‘예식일로부터 50일 이전에 예약을 취소할 때 그 비용의 50%를 배상한다’는 약관도 무효라고 심의하기도 했다.”

-예식장 약관이 불공정하다고 판단돼 무효가 되면 위약금을 내지 않아도 되나.

“그렇다. 예식장 약관 중 위약금 관련 조항이 불공정해 무효에 해당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그대로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예식장 약관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어떻게 대처하면 되나.

“공정위에 불공정 약관 심사를 청구해 약관의 무효 여부를 심사받으면 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해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더 빠를 수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민사 소송까지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는 계약 전에 약관을 꼼꼼히 읽어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소비자에게 ‘약관을 꼼꼼히 읽으라’고 권유하거나, 이에 관해 꼼꼼히 설명해주는 예식장도 드물다. 계약 이후에 위약금 관련 갈등이 발생했을 때, 약관에 대한 설명 의무 위반으로 예식장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나.

“대법원 판례는 약관에 대한 설명 의무에 관해 ‘약관에 정해진 사항이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고객이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해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면, 그런 사항에 관해서까지 사업자에게 설명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고 있다. 위약금과 관련해 계약 전에 꼼꼼히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식장 이용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를 꼭 계약서 등 문서로 남겨야 하나.

“‘예식장 이용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구두로 전달해도 효력은 발생한다. 다만 예식장에서 ‘소비자가 계약 해제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할 경우 구두 전달 전 과정을 녹음하지 않는 이상 이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계약이 언제 해제됐는지는 위약금 액수와 직결되므로 구두 전달 과정을 녹음하거나 문서 형태로 남기는 편이 바람직하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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